[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당국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 후보가 나란히 ‘코스닥 활성화’를 새 목표로 내세우지만 정작 업계는 코스닥 퇴출요건 강화를 먼저 요구하고 있다. 신임 거래소 이사장이 지나치게 정부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요건을 둘러싼 당국과 업계의 시각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신호탄은 당국이 먼저 쏘아 올렸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주재했다. 벤처기업, 벤처캐피탈, 금융투자업계 민간 전문가들이 모두 모인 이 자리에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스닥 투자자와 기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관련 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주식시장으로 투자자금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면서 “성장잠재력이 큰 혁신기업들이 원활히 코스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상장제도 전반을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발언했다.

이날 천명된 김 부위원장의 계획은 신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신임 이사장으로 내정된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김 부위원장과 서울대학교 동기동창이다. 앞서 정 내정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가 가장 시급하다”면서 “다양한 대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금융위와 뜻을 같이 할 의사를 드러냈다.

업계의 표정은 미묘하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라는 명분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장요건 완화보다는 ‘수질’ 관리, 그러니까 시장 건전성 제고가 시급하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시장을 살린다는 미명 하에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까지 코스닥에 입성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요건을 완화하면 오히려 코스닥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재무적으로 튼튼한 기업들 위주로 시장을 운영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현장의 목소리와 당국‧거래소의 방향성이 초반부터 괴리되고 있는 셈이다. 정 내정자가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문제에 소극적인 점에 대해서도 실망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정 내정자는 지주사 전환 문제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답변을 하기엔 곤란한 주제”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내정자가 아직 정식 취임도 하지 않은 시점이긴 하지만 신임 이사장이 그저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의 경우 금융투자업계에 상당히 엄격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거래소 지주사 전환이나 초대형IB 문제 등에 대해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할 경우 거래소 뿐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의 선진화 자체가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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