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자유한국당의 '친박 청산'이 본격화될 전망으로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23일 친박 탈당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인 뒤 해외로 출국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이 26일부터 차례로 귀국하면서 한국당은 말 그대로 폭풍전야의 기운이 감돈다. 

홍 대표는 방미 전 보수대통합을 위해 인적 쇄신 드라이브를 걸었고, 당 윤리위원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의원들에게 탈당을 권고했다. 

이에 탈당을 권고받은 친박계 의원들은 강하게 발발하며 홍 대표의 '성완종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폭로전을 벌였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홍 대표와 성완종 전 의원과 관련된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것. 

이 때문에 홍 대표와 서 의원은 출국 전 설전을 벌여 한차례 벌이며 전초전을 폈고, 다음주부터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ᆞ최 의원은 홍 대표를 향해 먼저 선전포고를 날렸다. 지난 22일 서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과 나라를 위해 홍 대표 체제는 종식돼야 한다"며 "향후 홍 대표 퇴진을 위해 1차적으로 당내절차와 법적절차를 강구해 나갈 것이고 제가 그의 자격 여부를 윤리위에 회부하는 일도 중요한 것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선전포고에 홍 대표는 23일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ᆞ최 의원은) 6년간 박 전 대통령을 팔아서 호가호위했던 분"이라며 "탄핵 때는 숨어 있다가 자신의 문제가 걸리니 이제야 나와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좀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28일 4박5일간의 방미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자리에서 서청원 의원을 향해 "8선이나 되신 분이 새까만 후배에게 도와주진 못할망정 그런 협박이나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 대표는 이날 "지난 9월3일 서 의원과 식사할 때 얼핏 그 이야기를 하며 협박을 하길래 속으로 '이런 사람하고 정치같이 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며 서 의원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성완종 올무에 걸렸을 때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윤 씨란 사람이 서 의원의 20년 꼬붕이라 서 의원에게 전화를 했다"며 "전화로 ‘왜 나를 엮어 들어가느냐 자제시켜라'라고 말한 게 전부다. 어떤 녹취록인지 한번 공개해보라"라고 말했다.

홍 대표와 친박계의 감정싸움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인 상황이다. 앞서 홍 대표는 서 의원을 향해 폐수, 노추라고 첫 포문을 연 뒤 미국에서는 "정치를 더럽게 배웠다"는 등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두 의원은 홍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폭로전으로 맞받아치고 있는 상황이다. 홍 대표보다 한 발 앞서 귀국한 서 의원은 ‘성완종 관련 증거’를 수면 위로 올리며 반격을 예고하기도 했다

26일 해외 국감을 마치고 귀국한 서 의원은 인천공항에서 “그 양반 내일모레 온다니까. 내일모레 온다면 어차피 제가 한번 정확한 입장, 팩트를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반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명을 논의하는 최고위원회의는 다음 달 3일에 열릴 예정이지만 최종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양 측은 장외 설전과 별개로 내달 2일 이후에 열릴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면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을 제명하려면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이미 이 같은 사실을 홍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재로선 최고위에서 박 전 대통령 제명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최고위원회 9명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제명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위원이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태흠·이재만 최고위원을 포함해 절반을 넘는 5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29일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말 그대로 폭풍전야다. 지난 28일 홍 대표가 마지막으로 귀국하면서 당내 분위기는 또 다시 갈등이 시작 될 것"이라며 "바른정당 전당대회 전까지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친박들의 탈당이 이뤄질지에 대한 질문에서 "다음주 최고위에서 결정나겠지만 아직까진 탈당에 대해 부정적이다"면서 "박 전 대통령은 가능성이 있지만 친박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특히 서·최 의원이 홍 대표와 끝까지 '정면 승부'를 벌일 경우 당 내홍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자유한국당이 말 그대로 폭풍 전야다. 지난 23일 친박(친 박근혜) 탈당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인 뒤 해외로 출국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이 지난 26일부터 줄줄이 국내로 복귀하면서 한국당 내에 또다시 폭풍전야다./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이 가운데 해외 국정감사로 출국했던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도 27일 귀국하며 보수대통합의 가속화 될지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모여지고 있다.

김 의원이 귀국하면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은 회동을 갖고 탈당 시점 등을 결정한 가능성이 크다. 통합파는 홍 대표의 친박청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이유로 전당대회 전 탈당을 모색하고 있다.

통합파는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 무산 등의 과정을 거치며 유승민 의원을 핵으로 한 자강파의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고 보고 있다. 통합파의 황영철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귀국하면 국감 종료 전이라도 통합파가 모여 논의를 할 것”이라며 “보수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넓어졌다”고 전했다.

김 의원 측은 당초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26일을 당내 자강파 설득의 마지노선으로 잡아왔다. 전당대회 국면이 본격화되면 당 대 당 통합 논의가 사실상 물 건너간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현재 바른전당 전당대회는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 인사 6명만 출마 의사를 밝혔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은 ‘반기문 대통령’을 위해 바른정당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분으로, 저와는 생각의 차이가 크다”며 “저는 제 갈 길이 있고 그분은 그분의 갈 길이 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김무성 의원이 들어온 이상 보수대통합에 대해 본격 논의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단 한국당의 당 내홍이 마무리 돼야 통합이 가속활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대통합의 가속화를 위해선 자유한국당의 내부 통합이 우선 필요한 시점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친박계 좌장들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귀국으로 당 내홍이 어느 수준까지 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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