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국제안전·군축을 담당하는 유엔총회 1위원회가 지난 27일(현지시간) 가결한 핵무기 결의안 3건 중 2건에 정부가 기권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주말내내 야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다.

자유한국당은 28일 공식논평을 통해 "북한 무력도발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정부가 어떤 생각으로 기권표를 던졌나"라며 "무조건적인 대북 퍼주기와 양보를 일삼더니 대책 없이 북한에 주도권을 빼앗기며 끌려 다녔다"며 비판에 나섰다.

SNS와 관련보도 댓글게시판에서도 "북한을 의식한 굴욕적 외교"라며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관건은 정부가 기권표를 던진 유엔총회 결의 L19호와 L35호의 내용을 살펴보면 세간의 인식과 다르다는 점이다.

'북핵 규탄 결의'라고 알려진 바와 달리 L19호는 전세계의 핵무기 사용·보유를 전면 금지하는 협약이고, 뜨거운 감자였던 L35호는 '핵무기의 전면적철폐를 향한 공동행동'이라는 제목으로 2차대전 전범인 일본의 원폭피해를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핵무기 금지 협약인 L19호에 대해 외교부는 "한국에 대한 미국 핵우산 제공 공약과 상호배치되어 기권했다"고 밝혔다. 이번 표결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핵보유국들은 L19호에 반대표를 던졌다.

또한 한국당이 지목한 L35호에는 원폭피해자라는 뜻의 일본어 '히바쿠샤(被爆者)'가 발음 그대로 표기되어 있어 이를 국제사회에 관철시키려는 일본의 의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결의는 "정치지도자의 나가사키 히로시마 방문을 환영한다"는 표현을 담고있는 등 핵무기의 인도적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전 담당)가 27일(현지시간) 가결한 핵무기 관련 결의안 3건 중 2건에 대해 우리 정부가 기권표를 던져 논란이 일었다./사진=연합뉴스

더욱이 일본은 결의안 전문에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에 유의한다"는 내용을 넣었으나 지난 7월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핵무기금지협약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을 포함한 기권국 대부분은 지난 7월 가결된 핵무기금지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일본이 핵무기 전면철폐 촉구결의안을 주도한 모순된 입장에 반발해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이러한 이중적 태도 때문에 핵군축 이슈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엔총회 1위원회가 매년 채택해온 L35호 결의의 찬성국가는 작년에 비해 23개국 줄어들은 144개국이었고 기권국은 10개국 늘었다.

한국을 비롯해 뉴질랜드·오스트리아·아일랜드·브라질·이스라엘 등 27개국이 L35호에 기권표를 던졌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일본이 매년 제출해온 L35호 결의에 대해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부터 기권 의사를 표명해오기도 했다.

비판에 앞서 내용을 자세히 파악하지 않은 한국당의 섣부른 입장 표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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