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IA 타이거즈가 두산 베어스를 물리치고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KIA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17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이범호의 만루홈런과 양현종의 마무리 등판 등 마운드 총력전으로 7-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KIA는 4승1패의 전적으로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통산 11번째(전신 해태 타이거즈 포함) 한국시리즈 우승이자 2009년 이후 8년 만의 정상 탈환이다.

   
▲ 사진=KIA 타이거즈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가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두산보다는 아무래도 우세할 것이라는 예측은 있었다. 그런데 1차전에서 두산이 5-3으로 이기자 지난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던 두산의 '우승 DNA'가 가을바람과 함께 다시 위력을 발휘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KIA는 2차전에서 양현종의 완봉 역투로 1-0 승리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내리 4연승하며 시리즈를 끝내버렸다. KIA의 감격적인 우승,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조아부러4' 또는 '겁나부러4', 막강 선발진

KIA의 우승은 이른바 '조아부러4' 또는 '겁나부러4'로 불리는 막강 선발투수진이 합작해 일궈낸 것이다. 헥터-양현종-팻딘-임기영이 자랑스런 4명의 선발투수들이다.

제1 선발 중책을 맡은 헥터는 1차전서 6이닝 5실점하며 처음 경험하는 한국시리즈의 첫 경기 선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듯 보였다. 그러나 헥터는 우승을 확정지은 5차전에서 기어이 승리투수가 됐다. 6이닝 5실점으로 기록상으로는 1차전처럼 부진한 듯 보이지만 6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역투를 하며 승리로 향하는 든든한 발판을 놓았다. 7회 들어 힘이 떨어지며 2실점한 후 무사 만루에서 물러났는데, 이어 등판한 투수들이 남겨둔 주자 세 명을 모두 홈인시켜 실점이 늘어났다.

양현종은 누가 뭐래도 이번 KIA 우승의 최고 영웅이었다. 2차전에서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1-0 완봉승을 따냈다. 전문가들은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뜨겁게 달궈졌던 두산 타선을 양현종이 차갑게 식혀놓은 것이 이번 시리즈 KIA 우세에 결정적인 계가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5차전에는 7-6 한 점 차를 지키기 위해 사흘만 쉰 상태에서 9회말 마무리로 등판하기까지 했다. 안타와 볼넷 수비실책 등으로 1사 만루의 아찔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스스로 불을 끄고 우승 확정 순간 마운드를 지키는 투수의 영광을 누렸다. 시리즈 MVP로 양현종이 선정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팻딘이 3차전에서 7이닝 3실점이라는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호투를 펼친 것도 칭찬 받을 만했다.

또 한 명, 임기영이 있다. 포스트시즌을 처음 경험하는 임기영이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고도 5⅔이닝 무실점 역투를 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 경기 승리로 KIA는 우승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평균자책점 1.59, 철벽 불펜진

KIA의 거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힌 것이 상대적으로 약한 불펜진이었다. 정규시즌 내내 이런 고민을 안고 있었던 KIA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었던 7월31일 넥센으로부터 지난해 구원왕 김세현까지 영입하며 어떻게든 불펜을 강화하려고 애썼다. 김세현의 구위가 지난해보다는 못하고, 기존 마무리 임창용도 전성기보다 현저히 구위가 떨어졌다. 김윤동 등 신예는 경험치가 낮았다.

하지만 불펜 걱정은 기우였다. 5경기를 치르면서 KIA 불펜진이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1.59(11⅓이닝 2실점)밖에 안됐다. 선발투수진이 워낙 많은 이닝을 소화해줘 불펜진이 나설 기회가 많지 않았던 측면도 있으나 경기 후반 두산의 추격을 봉쇄하며 든든한 승리의 지킴이들이 돼줬다.

▲버나디나 이명기, '우승 청부사' 되다

버나디나는 올해 KIA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했다. 이명기는 4월 SK에서 트레이드돼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타이거즈에서 첫 시즌을 보내며 맞은 한국시리즈, 버나디나와 이명기가 우승 청부사가 된 것 같은 맹활약을 펼쳤다.

   
▲ /사진=KIA 타이거즈


버나디나는 이른바 '미친 선수'가 됐다. 타율이 5할2푼6리(19타수 10안타)나 됐고 1홈런 7타점을 올리며 두산 투수들에겐 공포의 대상이 됐다. 4, 5차전 결승타의 주인공도 버나디나였다.

이명기의 활약도 눈부셨다. 3할6푼4리(22타수 8안타)의 타율에 3차전 결승타를 때렸고 톱타자로서 작전 수행 능력도 뛰어났다.

▲나지완 이범호, 꼭 필요할 때 '한 방'

홈런에도 값어치가 따로 있다. 나지완과 이범호는 타격감이 떨어져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제대로 활약을 못했다. 타율만 따지면 참담한 수준이다. 나지완이 1할3푼3리(15타수 2안타), 이범호가 1할1푼8리(17타수 2안타)에 그쳤다. 그럼에도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결정적일 때 홈런 한 방씩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 사진=KIA 타이거즈


나지완은 3차전에서 선발 제외됐다가 4-3으로 박빙의 리드를 하고 있던 9회초 대타로 나서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쐐기포였다.

이범호는 5차전에서 승리를 부른 결정타가 된 3회초 만루홈런을 작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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