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가 여야 이념전쟁으로 시작해 파행국감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감기간 동안 ‘적폐청산’이라는 의제를 꺼내 들었지만 강력한 ‘한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무능’으로 국감 전반을 이끌고 가려 했으나 정계 개편이라는 외부 요인과 당내 갈등 등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채 국감을 마무리하게 됐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국감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존재감 과시를 위해 '보이콧'이란 강수를 뒀지만 그다지 여론의 반향을 얻지 못한 채 시작해 4일 만에 복귀를 선언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도 적폐청산이라는 새로운 아젠다를 설정했지만, 국감 기간 내내 눈에 띄는 이슈를 생산해 내지 못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역시 내부 통합론에 발목이 잡혀 당력을 모으지 못했다. 한마디로 허무하고 맥없이 끝난 '허무 국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감 초반 여야는 ‘적폐청산’과 ‘문재인 정부의 안보무능’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9년간 여당을 지낸 보수정당의 야성(野性)이 부족해 이른바 한방을 터뜨리지 못했고, 민주당도 여소야대라는 한계에 부딪쳐 국감 전반을 주도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가 여야 이념전쟁으로 시작해 파행국감으로 마무리 됐다./사진=미디어펜


민주당의 경우 적폐청산을 국정감사 3대 핵심 기조로 지목하고 당내 적폐청산위원회와 소속 의원들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의 의혹을 공개하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이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세우는데 실패하는 등 소수여당의 한계도 드러냈다.

야당도 현 정권의 무능을 신적폐로 규정하고 심판에 나섰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낼 현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선임 강행을 신적폐로 규정하고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해 4일 만에 성과 없이 복귀해야 했다.

야당으로선 국감 기간은 국민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 시킬 기회이지만 야당은 이를 스스로 져버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정감사 기간 내내 여론의 관심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통합 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간 중도통합 여부에만 쏠렸다. 이 과정에서 당내 노선투쟁이 노출되며 진흙탕 싸움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국정감사에 대해 “문재인 정부 들어와 첫 국감이라 기대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기대 자체가 잘못 된 것이다. 여야가 서로 대상을 찾지 못했다”면서 “여당은 전 정부에 대해 국감을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야당은 청문회 이외 국정감사를 할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 포인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조자체가 국정감사를 하기 힘든 구조다. 그럼에도 국감은 야당의 큰 무기인데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정계개편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면서 “향후 예산심의에서는 야당이 확실히 공조해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당 의원은 31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번 국감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정 할 수밖에 없다”면서 “민주당도 구 여권에 대한 적폐청산을 제대로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한 야당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제대로 파헤칠 것이 없는 것은 맞다”면서 “여기에 야당이 야성을 찾지 못하고 끌려가는 모습을 보인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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