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올림픽 슬로건 제대로 이뤄지려면 정부 주도보다 자발적 참여 필요
   
▲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평창동계올림픽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개막 100일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평창을 환하게 밝힐 성화도 1일 한국에 도착했다. 이 불꽃의 의미는 남다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무려 30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올림픽의 불꽃이 타오르게 된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은 여러모로 서울올림픽과 겹쳐진다. 한국전쟁 종전 35년 만에 개최한 서울림픽을 통해 우리 사회는 훌쩍 성장했다. 당시 우리 사회를 덮고 있던 분열과 갈등, 냉소와 자조 분위기를 서울올림픽이 털어낸 것이다.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국민 단합의 힘이 여지없이 발휘된 결과였다.

그로부터 30년 후 치러지는 평창동계올림픽 역시 국내외의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우려스러운 여건과 맞물리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여러 난제들을 풀 수 있는 전기(轉機)로 작용할 것이란 일종의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가 전제돼야 한다.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올림픽 개최 의미는 퇴색될 게 뻔하고, 오히려 '올림픽 후유증'에 시달릴 개연성도 있다.

정부도 평창의 성공을 위해 올인하는 모습이다. 올림픽의 함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단순한 스포츠 축제가 아니라, 문화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한 나라의 총체적인 역량을 보여주는 무대인 것이다. '문화올림픽'이 강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측면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문화올림픽을 지향하는 것은 맞다. 정부도 일찌감치 문화올림픽에 꽂혀 개막 200일을 앞둔 지난 7월 '평창 문화올림픽' 기자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평창 문화를 더하다+'가 슬로건이다.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됐다.

   
▲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 기원 체육인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기존 문화예술 행사와 새롭게 기획된 예술행사 및 전시회 등을 올림픽과 결합해 전국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올림픽 기간 내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문화 역량을 평창에 쏟아 붓겠다는 각오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문화올림픽이 가능할까. 정부 주도의 문화이벤트는 강제성을 띠고 있어 약발이 오래가지 않고 호응 역시 떨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정부의 여러 사례에서도 목도한 바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자발성의 중차대함을 끄집어내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문화올림픽으로 가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문제는 방법이다.

'평창 문화올림픽'을 위한 방안 중 하나는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 참여라고 본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문화예술인들은 외부의 간섭에 거부감이 특히 심하다.

창작 등 예술 활동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드는 것을 태생적으로 싫어하는 특징이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정부가 나서서 문화올림픽 무대로 끌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왜 문화올림픽으로 치러져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만 하면 된다.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국가 행사를 외면할 문화예술인들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고 싶은 욕망이 끓어 오르는 문화예술인들이 평창 속으로 풍덩 뛰어들 때 비로소 문화올림픽은 완성되는 것이다.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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