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9.11 테러 주모자로 2011년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미군에 살해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서양은 '도덕적으로 느슨한'(morally loose) 사회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미 중앙정보부(CIA) 공개 문건을 토대로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그는 14세 때 10주간 영국을 방문해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e-upon-Avon)에 있는 셰익스피어 생가를 자주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빈 라덴은 자신의 일기에서 영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별다른 감흥을 받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그는 "사람들이 느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 나이에 영국에서 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썼다.

이어 "매주 일요일 셰익스피어 생가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 사회와는 다른 사회라는 것을 봤다. 거기는 도덕적으로 느슨한 사회였다"고 서술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유한 건축가 아들로 태어난 빈 라덴은 학업을 위해 영국에 머물렀다.

옥스퍼드대 어학 과정을 이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가 서양을 여행했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이날 공개된 일기를 통해 처음으로 그의 서양 여행 사실이 확인됐다.

가디언은 빈 라덴이 10대 때 여름 영국을 여행하면서 서양이 '타락한'(decadent) 곳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CIA는 빈 라덴의 자택에서 모두 47만 점의 문건을 수거했으며 이날 이를 공개했다.

미 행정부는 최근 수년간 수백 건의 빈 라덴 관련 문건들을 공개했지만, 규모는 이번이 최대다.

빈 라덴에 대한 투명성과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차원이라고 CIA는 문건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일기는 그 가운데 하나다.

전문가들은 서양에 대한 그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일기라고 말했다.

일기장은 아보타바드에서 차로 몇 시간 걸리는 파키스탄의 한 유명 서점에서 구입했다.

빈 라덴은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죽기 전까지 가족들과 5년간 지냈다.

그와 함께 살해된 아들 칼리드도 아버지의 일기장에 자신의 일기를 적어 넣은 것으로 보인다.

일기장에는 빈 라덴과 칼리드의 꿈과 비전 등이 담겨 있다.

무슬림 국가들이 어떻게 연합해야 하는지, 서방과의 평화를 정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도 들어있다.

CIA로부터 미리 몇 가지 서류를 건네받았다는 미국의 웹사이트 '롱워저널'(The Long War Journal)은 이 일기가 빈 라덴과 이란과의 관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웹사이트는 19쪽짜리 문건에는 알카에다와 이란의 관계에 대한 알카에다 고위층의 평가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이 몇몇 사우디 형제들에 돈과 무기와 함께 제공하겠다는 내용에서부터 레바논의 헤즈볼라 캠프 훈련 제공 내용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임명한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란에 대해 극단적인 강경파로 통한다.

CIA가 공개한 서류들을 보면 빈 라덴이 영국에서 지낸 시간이 그가 인정한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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