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1일 정례회의를 열어 한국투자증권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하고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업무를 인가했다. 이로써 국내 증권업계 ‘뜨거운 감자’였던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는 결국 한국투자증권의 승리로 귀결됐다. 국내 대형증권사들이 모두 눈독을 들였던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한투만 유일하게 받아내면서 업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초대형 IB로 출범하게 됐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일 정례회의를 개최해 한국투자증권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하고 발행어음 업무를 인가하기로 했다. 

   
▲ 사진=미디어펜


당초 초대형 IB의 핵심인 발행어음 업무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 5개사가 모두 욕심을 내고 있던 분야였다. 이들 회사는 지난 7월 일제히 초대형 IB 지정과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금융당국에 신청했었고 그 이전에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전개해 왔다.

한투를 제외한 나머지 4개사는 초대형 IB로만 지정됐다. 기업 고객을 상대로 외환 업무 등을 할 수 있지만 발행어음은 취급할 수 없어 ‘노른자’ 사업은 일단 펼칠 수가 없게 됐다. 

업계의 분위기는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일단 4개 대형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초대형IB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채점기준’이 너무 엄격했다는 견해가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회사들이 무리하다시피 하면서 자기자본을 늘린 건 물적 요건을 갖추면 발행어음 인가를 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주주요건이 부각되는 등 채점기준이 달라졌다”고 허탈해 했다.

실제로 초대형IB 사업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다소 간의 온도차이가 생겼다. 삼성증권의 경우 실질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초대형IB 관련 전망이 어두워졌다. 타사들의 경우도 크고 작은 결격사유가 있었던 데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관련 당국의 ‘특혜 의혹’이 국정감사 시즌과 맞물려 불거지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그럼에도 당국의 선정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의구심은 좀처럼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전력으로 따지자면 NH투자증권의 경우 제재를 받은 이력이 없음에도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야심차게 돛을 올린 초대형IB 사업은 국내 증권사들에게 ‘당국을 너무 믿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준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향후 추가 인가라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당국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위는 이르면 오는 8일 정례회의에서 이번에 결정된 초대형IB 관련 사안을 정식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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