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최초로 초대형 투자은행(IB) 단기금융업 업무인가를 따내면서 경쟁사들을 따돌릴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했다. 이미 증권업계 최연소‧ 최장기 최고경영자(CEO) 기록을 갖고 있는 유상호 사장의 재연임 가능성도 높아졌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의 초대형 IB 지정안과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탄생을 위해 추진돼 투자업계 최고의 관심사가 된 초대형 IB 사업의 돛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 사진=미디어펜


선취득점을 올린 회사는 한국투자증권인 것으로 판명 났다.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을 단독으로 따내며 경쟁 증권사들을 따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5개 대형증권사들은 바로 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기 위해 자기자본 4조원 기준을 충족시키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오직 한국투자증권만이 인가를 받게됨에 따라 유상호 한투 사장의 입지는 더욱 난공불락이 됐다. 이미 유 사장은 지난 2007년 ‘최연소 증권사 CEO’ 타이틀을 거머쥐며 한투 사장직에 등극한바 있다. 

이후 유 사장은 10년간 사장직을 성공적으로 지킴은 물론 한국투자증권의 위상마저 올려놨다. 명실 공히 ‘5대 증권사’에 이름을 올려놓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장기 CEO’의 명예까지 가져가게 됐다. 소유주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10년간 증권사 CEO를 한 기록은 국내에서 전무후무하다.

국내 유일의 ‘완전체 초대형 IB’가 당분간 한국투자증권밖에 없음을 감안한다면 한투의 목표는 국내 ‘원톱’ 증권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유 사장이 수차례 강조해왔던 ‘시장 선점’ ‘전 사업 부문별 1위’의 목표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

아울러 유 사장의 10연속 재연임 또한 가능성이 더욱 올라갔다. 초대형IB 사업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지난 10년간 조직을 이끌어온 사람만큼 적합한 CEO를 찾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실적에 문제가 없고 초대형IB 관련 결격사유가 없어 보였음에도 단기금융 인가를 받지 못한 NH투자증권 김원규 사장의 경우 연임 가능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농협금융 전체가 최근의 채용비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어 ‘조직쇄신’ 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다. 

김 사장의 ‘지원군’ 중 하나인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의 교체 가능성도 기정사실화 돼가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김원규 사장의 동생인 김재원 의원이 ‘친박’이라는 점도 이제 와선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처럼 초대형 IB 인가 결과가 증권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우선 CEO 선임과 관련된 문제에서 불거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투를 제외한 대형 증권사들의 (초대형IB 인가 관련) 불만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각  회사들의 조직 안팎에서 많은 변화가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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