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자유한국당이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제명)시키면서 바른정당과의 보수대통합이 가시화됐다.

이번주부터 보수야당 의원들은 나가는 자와 남는 자를 선택하는 정계개편을 시작할 전망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3일 대표 직권으로 박 전 대통령 제명을 결정했다. 지난달 20일 당 윤리위원회가 ‘탈당 권유’ 징계를 한 데 이어 홍 대표가 이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을 당원 명부에서 삭제하며 1997년부터 20년간 이어온 관계를 끊어냈다. ‘선거의 여왕’ 등의 별명을 얻으며 보수당의 중심에 섰던 박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자신이 속한 정당에서 제명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을 공표하며 “박근혜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한국 보수우파 세력이 이렇게 허물어진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 당원과 저는 철저하게 반성하겠다”면서 “앞으로 깨끗하고 유능하고 책임지는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부당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제명에 반발하는 극보수 진영을 다독이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친박계는 즉각 반발했다. 홍 대표의 단독 결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친박인 김태흠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 직권으로 결정할 권한을 당헌당규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대표가 결정할 권한이 있다면 최고위가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최경환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홍 대표가 한국당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분노와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과 같이 탈당권유 조치를 받은 서·최 의원에 대해서는 ‘원내 현안’이라는 이유로 이날 최고위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이에 공은 정우택 원내대표에게로 넘어갔고, 추후 의원총회를 열어 서·최 의원 징계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오늘 그것(서·최 의원 징계)까지 논의하면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최 의원 징계 유보는 의총 등에서 이들의 징계가 통과될 가능성이 낮자 홍 대표가 친박 청산을 박 전 대통령 제명 수준에서 마무리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5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홍 대표의 이번 결정에 대해 찬성한다. 보수통합을 위해서는 이것이 최선일 것”이라면서도 “친박 제명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통합파를 이끄는 김무성 의원은 '5일 의원총회'를 디데이로 언급했다. 3일 박 전 대통령이 제명되면 이를 명분으로 바른정당 의원들을 최대한 설득하고, 6일께 탈당을 결행할 전망이다.
 
자강파 핵심인 유승민 의원은 탈당 움직임과 상관없이 당을 지키겠다는 태도다. 유 의원은 2일 한 인터뷰에서 "13일 전당대회 연기론이 있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내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지도부가 선출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을 재정비하고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개혁보수 통합이라는 명분이 확실하면 보수 대통합 가능성을 열어놓겠지만 새 지도부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통합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 변수는 바른정당 통합파·자강파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당과 통합전대론'이나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어떤 쪽으로든 온전한 보수 대통합은 불투명한 셈인데, 어쨌든 한국당과 바른정당 일부의 통합이 실현되면 상처가 큰 쪽은 의원 수가 절반가량 줄어들 바른정당(잔류파)이다.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통합파들의 탈당으로 바른정당의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의원수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교섭단체가 무너지는 한편 내부 갈등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수대통합으로 정치권이 또 한번 흔들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친박vs비박계 갈등이 거세지고 있는 한편 바른정당은 통합파와 자강파의 의원수 지키기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이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제명)시키면서 바른정당과의 보수대통합이 가시화 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들의 반발로 정치권은 또 다시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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