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꽉 막혔던 속을 뻥 뚫어줬다. 남미 강호 콜롬비아를 꺾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두 골 맹활약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오랜만에 맛본 승리다. 3월 28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전 1-0 승리 이후 6차례 경기에서 3무 3패로 부진에 허덕였던 대표팀이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4차례 경기에선 2무 2패를 기록했다.

그랬던 한국이 이날 콜롬비아전에서는 완전히 다른 팀이 돼 있었다. 콜롬비아가 약한 팀도 아니다. 콜롬비아는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이 13위로, 62위인 한국보다 무려 49계단 차이가 난다. 또한 콜롬비아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랐고, 러시아 월드컵 티켓도 무난하게 따냈다.

한 달 전만 해도 한국은 유럽 원정 평가전을 두 차례 치러 참담한 결과를 냈다. 러시아에 2-4, 모로코에 1-3으로 졌다.

한 달 사이, 한국대표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신 감독은 최종예선 두 경기를 남겨두고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로 갑작스럽게 대표팀을 맡았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내리 0-0 무승부를 거두고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원하는 결과는 얻었지만 경기 내용이 기대에 못미쳐 신 감독은 본선 진출을 성공시키기도 칭찬 대신 비난에 시달렸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10월 유럽 원정 평가전의 참담한 결과로 신 감독에 대한 평가는 최악이었다. 당시 대표팀이 국내 K리거를 제외한 전원 해외파로 구성돼 최정예 멤버를 꾸릴 수 없었고, 전력의 핵심인 기성용은 부상으로 뛰지도 못했다. 손흥민도 컨디션이 완전치 않았다. 하지만 히딩크 논란과 맞물려 뜻밖의 '미운털'이 박힌 신 감독에게는 변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저 "무엇이 문제인지 알았다. 팀 정비를 해 다음에는 좋은 모습 보이겠다" 정도의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신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진출 확정 후 모든 초점을 본선 무대에 맞추고 최상의 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10월 평가전은 그러한 과정으로 가는 첫 출발이었고, 이번 콜롬비아전도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10월 두 경기 참패로 신 감독을 지나치게 평가절하할 필요도 없고, 콜롬비아전 승리로 지나치게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다.

다만, 신 감독이 구상했던 대표팀 만들어 나가기가 콜롬비아전을 통해 긍정적으로 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있는 승리다.

달라진 선수들, 그 선수들이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도록 한 달라진 전술이 콜롬비아전 선전의 또 하나 주요 이유다.

한국은 손흥민의 두 골 활약으로 웃었다. 손흥민은 최종 예선에서 당했던 팔 골절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해 쾌조의 컨디션으로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다.

한국은 기성용의 기막힌 경기 조율로 웃었다. 기성용은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하면서도 적절하게 완급 조절을 하면서 상황에 맞는 볼 배급으로 한국이 주도권을 쉽게 뺏기지 않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중원의 사령관'다웠다.

한국은 이근호 이재성 권창훈 최철순 김진수 등 투지로 무장한 선수들의 단합된 힘으로 웃었다. 특히 이근호는 마치 전성기로 돌아간 듯 전력을 다하는 플레이로 콜롬비아 수비진을 휘저었고, 손흥민의 선제골에 기막히는 패스로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재성 권창훈의 적극적인 공수 가담도 돋보였고, 김진수 최철순은 좌우 풀백 고민을 해결해줬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렇게 선수들이 강한 압박으로 콜롬비아를 괴롭히며 제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만든 전술도 이전과는 달랐다. 4-4-2 전형에서 손흥민을 이근호와 묶어 최전방에 배치한 것이 주효했다. 손흥민은 마치 소속팀 토트넘에서 해리 케인과 함께 공격을 풀어가는 것처럼 이근호와 호흡을 맞춰 콜롬비아 수비진을 헤집었다. 이근호가 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잡고도 마무리를 못해 골을 못 넣은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이재성 고요한 기성용 권창훈으로 미드필더진을 구성한 것도 중원 장악이리는 좋은 결과로 나타났고, 좌우 측면의 김진수 최철순도 제 몫을 다했다.

한 달 사이, 한국대표팀은 이렇게 달라졌다. 정확하게 말해, 한국대표팀은 조합을 잘 맞추고 정신 바짝 차려 투지만 발휘하면 이렇게 잘 할 수 있는 기본을 갖췄다. 아시아의 호랑이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기분 좋은 콜롬비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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