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생활이 너무나 끔찍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정부관료에게 뇌물을 주고 최후에 노예로 팔려간다고 한다. 차라리 노예가 되기를 원하는 것/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정광성 기자]“북한 생활이 너무나 끔찍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정부관료에게 뇌물을 주고 최후에 노예로 팔려간다고 한다. 차라리 노예가 되기를 원하는 것.”

지난 8일 도널드 드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연설에서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조목조목 집어가며 북한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5분 연설 중 무려 24분을 북한인권을 얘기하는데 사용했다. 현장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며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우리 정치권의 행태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놓고 11년을 정치싸움 한 여야는 법 제정 이후에도 자리싸움으로 변했다. 지난 2016년 3월 3일 인권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같은 해 9월 법안이 발효됐다.

하지만 여야가 이사진 추천을 미루면서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계속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재단은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 남북 인권대화와 인도적 지원 등 북한 인권 증진과 관련된 연구, 정책개발, 북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NGO) 지원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인권재단 이사진은 12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2명은 통일부 장관이, 나머지 10명은 여야가 각 5명 추천하게 돼 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근 이사직 한 자리를 보장해달라며 이사를 추천하지 않아 재단이 출범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정권이 교체되면서 이사진 추천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이 5명,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권이 5명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인권 문제를 민감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인권재단 출범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았지만, '100대 국정과제'에 북한인권재단 조기 출범이 포함될 만큼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통일부의 거듭된 이사진 추천 요청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재단 출범을 위해 행정적인 문제는 모두 마친 상태다”며 “국회가 이사진 구성을 하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여당 관계자는 “우리는 법대로 이사진 5명을 모두 구성한 상태”라며 “하지만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 재단 출범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반대로 여당 때문이라고 한다. 여야는 또 다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한국의 여야는 자리싸움에 매달리고 있을 때 미국의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을 인권상황을 전세계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우리도 후대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재단 출범이 표류하면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는 지난 10월 서울 마포구에 재단 사무실을 마련하고 상근 직원 2명도 파견했다. 하지만 정작 재단이 출범하지 못하면서 월 63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만 부담하는 상황이 됐다. 빈 사무실을 빌리는 대가로 지금까지 7억원 안팎을 지출한 셈이다.

또한 직원 2명도 다시 돌려보낸 상태다. 더구나 재단이 출범하지 못하면서 올해 배정된 예산(올해 118억원)을 집행하지 못해 임대료도 체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북한 주민들을 동족이라 칭하며 통일을 한목소리로 외치는면서도 그들의 삶과 인권에 관심조차 없는 정치권이 정작 통일이 된 이후에는 무슨 명분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진정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원한다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들은 정치권의 인식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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