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연한 대한민국 수호 의지, 한국대통령 못지않다" 울림 여전
   
▲ 조우석 언론인
한미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할까? 겉으론 원만했던 회담, 그러나 동맹의 원론을 재확인하는데 그친 엉거주춤한 자리였다. 때문에 점수로 치면 평균점을 넘지 못한다. 일테면 잠자는 시간 빼곤 2박3일 붙어 다녔던 미 트럼프와 아베 같은 친밀감이 우리에겐 없었다. 미중과 같은 치열한 전략적 수싸움도 의도적으로 피했던 게 한미정상회담의 묘한 특징이다.

때문에 동맹의 건재함을 과시한 표면적 레토릭과 달리 암초를 피하는 선에서 서로가 멈춘 셈이다. 공동발표문의 잉크가 마르기 전부터 벌써 뒷말이 나오는 인도-태평양라인 문제도 그 때문인데, 그건 누구의 잘잘못이나 조율 실패가 아니라 한미동맹의 썰렁한 현주소 탓이다.

국제정치에서 동맹을 떠받쳐주는 3요소는 공동가치, 상호신뢰, 공동이익인데, 한미동맹은 3요소 모두가 취약하거나 휘청대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소득은 아주 없지 않았다. 지금도 여운을 남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선 현재까지도 거듭 음미되고 있고, 정말 감동했다고 이구동성이다.

대한민국 국민 향한 계몽-조언의 목소리

무엇이 한국인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희한하게도 그 핵심을 짚어낸 매체는 드물다. 트럼프 연설 다음날인 9일자 조중동 사설을 보면 한결같이 고만고만한 얘기에 그친다. "트럼프 '북핵 폐기 외 다른 대화 조건 없다' 한국의 대원칙 돼야"(조선), "깊은 공감의 트럼프 방한…힘을 통해 평화 지키겠다"(중앙), "트럼프 연설, 전 세계 향한 김정은 독재 고발장이다."(동아).

모두가 쉬쉬하는 듯한데, 딱 하나가 빠졌다. 트럼프 연설에 우리가 감동했던 이유는 자명하다. 국가 수호를 책임진 한국의 최고지도자 입에서 진작 나왔어야 했을 체제수호 의지 표명이 외국 대통령인 트럼프가 대신했다는 대목이다. 그게 핵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며칠 전 연설을 두고 지금도 애국시민들은 마지막 희망이 생겼다고 감격스러워 한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실은 그건 특정인에게 책임을 묻고 말고의 차원이 아니다. 현단계 대한민국 최고의 정의란 국가수호라는 걸 잊고 사는 이 무책임한 나라 전체와, 퇴행적 시민의식을 향해 트럼프는 뼈있는 조언을 했다고 봐야 한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절제된 언어를 구사했다는 것도 이례적인데, 그만큼 한국인을 설득하기 위한 표현방법과 메시지 전달에 공을 들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연설은 대한민국 국민을 향한 계몽과 조언의 목소리였는데, 메시지는 복잡할 것 없다. 즉 북핵에 대한 정확한 지적이다.

그는 "북의 목표가 핵무기 밑에 한국을 두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동시에 김정을 항해 그건 "치명적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북핵과 미사일 개발의 목적이란 독재자 김정은이 단숨에 남반부를 깔고 앉으려는 음험한 목적임을 선명하게 지적한 것이다. 이 발언이 신선한 건 지금도 집권여당 일부와 헛똑똑이 지식인들이 손바닥을 들어 하늘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국회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사 비하 타령에도 한 방 먹였다

그들 못난이들은 북핵이 김정은의 체제 방어용이란 거대한 착각 속에 산다. 북핵에 하이재킹당한 대한민국, 그런 상황조차 인지 못하는 게 우리인데, 그런 한국을 향해 트럼프는 우회적으로 경고를 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을 승계했다는 문재인 정부가 북핵 앞에 취하는 모호한 태도 역시 트럼프는 너끈히 감지하고 있다.

그런 트럼프가 국회 연설 중 “미국은 갈등이나 대치를 원치 않지만 도망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왜 그런 문구를 넣었을까? 그동안 "갈등을 피하거나 도망가려하는 듯한" 한국의 고약한 풍토에 대한 점잖은 조언이었다. 이어지는 트럼프 연설이 그걸 뒷받침한다.

이른바 우리민족끼리의 NL정서에 망가질대로 망가진 대한민국을 잘 알고 있는 그는 김정은을 폭군·독재자라 지칭했고, 북한을 '지옥', '감옥 국가'라고 규정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게 상식이고, 국제사회 흐름이다. 사실 유엔 북인권조사위원회(COI)는 김정은과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나 특별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는데, 그게 지난 2014년 초다.

대한민국은 그런 국제사회의 흐름을 놓쳤다. 그 결과 어느덧 적과 아군 구별을 못할 정도로 망가지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희미해질대로 희미해졌는데, 그렇게 망가진 한국을 항해 그는 최대한의 우정 어린 조언을 한 셈이다. 국빈 자격으로 초청 받은 자리에서 트럼프가 어떻게 더 이상의 발언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번 트럼프의 국회 연설은 명연설을 넘어 거대한 미망(迷妄)에 빠져 사는 동맹국가 한국을 향한 최선의 자유민주주의 강의였던 셈이다. 또 있다.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는 대한민국 현대사가 얼마나 기적의 역사인가를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강조했는데, 그것도 특기할만하다.

실은 이 나라의 온국민이 현대사를 비하하는 수정주의 현대사 인식의 포로가 된 상황인데, 트럼프의 연설이야말로 훌륭한 치유제였다. 그렇다면 내 판단으론 이번이 거의 마지막 기회다. 현대사를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다고 믿으며, 틈만 나면 헬조선 타령을 하는 국민들로 가득한 한국사회가 대각성을 할 것인가 아닌가? 그게 관건이다.

또 하나 있다. 연합제-연방제 타령을 하면서 반인류, 반문명의 기형적 체제 북한과 동거해야 한다고 믿을 것인가 아닌가? 차제에 저런 악마의 체제를 끌어 안아할 형제로 규정하는 거대한 정신착란을 씻고 국제사회의 흐름에 복귀해야 정상이다.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럼 대한민국은 지옥의  문을 향해 스스로 기어 들어가는 나라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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