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를 열고 투자업계 최고의 화제인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 안건을 의결했다. 발행어음 업무를 한국투자증권 한 곳만 할 수 있게 되면서 다소 힘이 빠졌다는 지적과 함께 은행권은 은행권대로 반발하고 있다. ‘한국형 골드만삭스’ 탄생은 점점 가시권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의 초대형 IB 지정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초대형 IB 사업의 핵심인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을 허용함으로서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추진된 초대형 IB 사업이 드디어 돛을 올린 것이다.

   
▲ 사진=미디어펜


업계의 분위기는 미묘하다. 우선 초대형 IB 신청서를 제출한 5대 증권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중에서 오로지 한국투자증권만이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는 점이 가장 크다. 한투는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지만 나머지 4개사는 초대형 IB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적극성을 보였기 때문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만들어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말을 안 하는 것뿐이지 4개사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라면서 “한국투자증권보다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데도 인가를 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자회사 파산 이슈가 인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 있었지만 당국의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기타 회사들의 경우에도 크고 작은 결격 사유들이 있긴 하지만 한투에 비해 사안이 중차대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4대 증권사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우군 역시 많지 않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초대형 IB 사업 때문에 안 그래도 커진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초대형 IB 사업이 기대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역시 ‘표정관리’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 가운데 증권업계에 대한 은행권의 견제가 들어오고 있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금융당국에 ‘증권사의 발행어음업무 인가를 보류해 달라’는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결국 초대형 IB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증권사들로서는 안팎으로 견제가 들어오는 힘겨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채용 비리 등 금융권을 얼룩지게 만든 사건들이 많은 터라 초대형 IB의 미래 역시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주기보다는 그간의 과오를 조명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초대형 IB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었지만 금융권이 채용비리 사태에 휘말리면서 논점이 흐트러졌다”고 지적하면서 “업계의 과오를 정리할 때 정리하더라도 오랫동안 준비해온 (초대형 IB) 사업 자체가 휘청거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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