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가 14일 1심에 이어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하면서 청와대의 삼성합병 지시 등 일련의 개입을 인정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재판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다른 1심 민사재판에서의 결론과도 달라 박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 재판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해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는 "문제가 없다"면서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이 포괄적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해도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경영 안정화의 효과가 있다"면서 "합병비율이 구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합병비율이 다소 주주들에게 불리했다 해도 이를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관건은 14일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선 본부장 사건의 항소심 형사재판부가 청와대 지시와 개입을 일부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 점이 향후 국선 변호인단 지정 후 재판 속행을 기다리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삼성 합병과 관련된 항소심 재판부가 14일 청와대의 지시 개입을 일부 인정해, 향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문 전 장관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영 부장판사)는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압력 행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 판단하지 않은 1심 법원과 달리 "문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의 이 사건 합병 안건에 대한 지시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날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챙겨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며 "김진수 전 보건복지비서관은 최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복지부 공무원을 통해 이 사건 합병 안건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은 연금공단 지도감독권을 남용해 복지부 공무원을 통해 홍 전 본부장으로 하여금 합병에 찬성하도록 유도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서 청와대가 삼성 합병 문제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이번 항소심 재판부가 청와대의 삼성합병 개입을 일부 인정했다 하더라도 뇌물 수수 여부에 대해선 국정농단 사건을 맡은 각 1심-2심 재판부의 개별 판단에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합병과 관련된 민사 1심과 형사 2심 판결이 엇갈려, 향후 이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이 박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 사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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