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 15일 개봉 영화 '7호실'서 DVD방 사장 두식 역 맡아
"도경수, 보통 친구 아냐…그 나이 나오기 힘든 여유에 놀랐다"
"연기 20년 차? 데뷔 초와 비슷해…아직 첫 촬영 전날 잠 못 이룬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배우들은 1년 단위로 살지 않잖아요. 작품을 찍으면서 세월이 흘러가니까 나이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연말 되거나 연초 된다고 달라지진 않거든요."

배우 20년 차 관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쑥스러운 듯 말을 돌린다. 올해로 44세, 스크린 나이로는 20세가 됐지만 여전히 새 현장에서 부끄러움을 탄다는 신하균. 소년성 짙은 표정은 데뷔 초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 '7호실'의 배우 신하균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7호실'(감독 이용승)로 돌아온 배우 신하균을 만났다. 신하균과 호흡한 감독, 동료들은 하나같이 그를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작품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얼굴은 생기를 띠고 목소리에는 두근거림이 실린다. 본인의 성취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의 겸손함이 느껴졌지만 흔히 포착되는 형식적 저자세는 아니었다.

15일 개봉한 '7호실'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 각자 생존이 걸린 비밀을 감추게 된 사장과 알바생, 꼬여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열혈 생존극을 그린 작품. 

신하균은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며 "이용승 감독의 전작 '10분'을 봤기 때문에 감독님에 대한 신뢰도 있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잖아요. 미래가 안 보이는 젊은 친구들의 모습과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힘들게 사는 사람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 영화에 담겨 있었죠.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다'고 말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신하균이 맡은 두식은 변해가는 세상을 둘러볼 틈 없이 치열하게 살아온 인물이다. 채소 가게 일부터 대리운전, DVD방 운영까지 생계를 위해 온몸을 내던졌으나 쉽지가 않다. 여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고까지 겹쳐 사고 증거를 은폐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초반에는 캐릭터의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라서 다양하게 해봤죠. 과하게도 해보고, 현장에서 감독님과 조율하면서 선을 찾았어요. 너무 리얼하기만 해도 재미없을 것 같아서요. 어느 정도 코미디가 살아줘야 하니까… 다행히 두식의 성격이 간극이 크잖아요. 상황에 내몰릴 때마다 나타나는 성격의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런 성격이 아니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제가 도움을 받았죠.(웃음)"


   
▲ '7호실'의 배우 신하균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평소 대본을 철저히 이행하기로 유명한 신하균도 이번 작품에서는 자유롭게 몸을 내던졌다. 귤을 먹은 뒤 껍질을 공중에 흩뿌리는 장면부터 알바생 태정(도경수)과 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섬유탈취제와 키보드가 오가는 격렬한 액션 신까지 모두 즉흥적으로 탄생한 장면이라고. 특히 감독은 '막걸리 애호가' 신하균을 위해 두식이 라면에 막걸리를 곁들여 먹는 신까지 추가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리해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드시더라고요. 그렇다고 마냥 그러시진 않아요. 과하다 싶으면 전날 찍었던 신을 모니터해보자고 하시고. 중심을 잡아주셔서 좋았죠. 사실 전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애드리브를 잘 안 해요. 애드리브를 잘못 하면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캐릭터가 무너질 수도 있거든요. 근데 애드리브가 애드리브처럼 안 보이고 두식의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게 환경들을 만들어주셔서 자유롭게 연기한 것 같아요."

이런 가운데 능수능란하게 애드리브를 받아낸 상대역 도경수에 대해서도 혀를 내둘렀다. 그는 "애드리브에 당황할 수도 있고, 대사를 못 받는 친구들이 많을 것"이라며 "근데 도경수는 무심하게 쳐다보거나 무시하거나 자연스러운 태정의 반응을 보여주더라. 보통 친구가 아니다 싶어서 마음껏 애드리브를 했다"고 밝혔다.

"도경수 같은 경우 저 나이에 저렇게까지 여유롭게 하는 게 놀랍더라고요. 준비해온 것들도 많이 있겠지만 현장에서도 여유롭게 본인의 색깔을 낼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 '저 친구는 저렇게 생각해서 저렇게 표현하는구나', '저렇게도 표현 가능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배워요."

그러면서도 신하균은 "연기라는 건 누구에게 배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살아가느냐, 뭘 보고 뭘 느끼고 생각하느냐, 제 안에서의 변화가 연기로 묻어난다고 생각한다"면서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에 여전히 아쉬움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배우들은 영화를 볼 때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잖아요. 놓쳤던 것들. 모니터링을 하긴 하지만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과 큰 화면으로 집중해서 볼 때 다르니까요. 연기라는 게 제 생각대로 표현되고, 정확히 나온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제가 생각했던 톤이나 표현 수위가 틀렸을 경우도 있는 거고. 그래서 아쉬운 게 많이 보이고, 창피하고 민망한 순간들이 많죠."


   
▲ '7호실'의 배우 신하균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틀어 주연작만 30편이 넘는 신하균이지만, 신작에 들어가는 순간은 아직도 어색하단다. 새 사람들, 새 작업에 자신을 맞추는 과정은 수줍음이 많은 그에게 꽤나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다.

"경험이 쌓인다는 건 제가 갖고 있는 불안감과 긴장감을 현장에서 안 들키는 정도의 의미인 것 같아요. 첫 촬영할 땐 아직도 잠을 못 잘 정도로 긴장을 많이 해요. 현장의 수많은 공기, 감독님의 디렉션, 상대방의 연기에 따라 다른 상황이 생기니까. 또 거기에 맞춰서 이 영화의 정서나 감정, 감성을 빨리 캐치해야 하기 때문에 예민해지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이 처음 연기했을 때와는 별반 달라지지 않아서 항상 어려워요."

이에 "어떤 캐릭터와 상황이 연기하기 편하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편한 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편한 건 없고, 항상 불편하게 생각해요. 선배들도 그렇게 얘기했고… 고민 많이 하고 힘들게 연기해야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얘기를 했었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배우가 안정적이고 편하게 연기하려면 할수록 연기는 안 좋아지는 것 같아요."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운 좋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는 신하균은 아직도 자신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 속에서 연기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위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할 뿐이다. 레고와 프라 모델 조립을 즐기고, 영화 캐릭터 피규어를 모조리 수집하고 있다는 그의 순수성과 열정은 20년 배우 생활을 이어온 자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때 그때 저에게 제안이 오는 작품들 중에서 소위 말해 좀 꽂히는 것들, 재밌는 것들을 선택해요. 미래에 대한 계획은 안 세운 지 정말 오래됐어요. 세운다고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 주어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살자는 주의죠."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