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영권 개입 움직임 노골화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권이 노동조합의 강경행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채용비리 등 각종 비위 혐의로 은행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본격화 된 틈을 타 노조가 경영권 개입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측은 낙하산 인사 근절과 그동안 금융권에 뿌리내렸던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행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계에 우호적인 정부를 배경삼아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포석이란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오는 20일 주주총회에서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제안한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과 대표이사의 사외이사 선임 배제 안건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KB노협의 제안은 법에 따른 소액주주의 권리다. 현재 상법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경우 0.1% 지분을 보유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지난해 소액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장려한다는 취지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특례로 지분 요건을 완화했다. KB노협은 현재 0.18%의 지분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KB노협이 제안한 두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ISS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견을 내놓데 외국인투자가들이 의결권 행사를 할 때 참고하는 만큼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ISS는 KB노협이 추천한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과거 정치경력과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의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고 언급했다. KB노협이 추천한 하 변호사는 금융보다는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등 친환경 시민단체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대표이사의 사외이사 선임 배제 안건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KB노협은 회장이 선임에 참여한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인선하는 ‘회전문식 인사’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표이사를 이사회에서 배제하는 노조의 제안은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경영권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도 아직까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특혜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나금융 노조는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투쟁본부’를 결성하고, 오는 20일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은행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특혜 대출과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 특혜 승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주주들의 권리행사를 장려하고 낙하산 인사 근절을 위한 행보라고 하나 정부의 친(親) 노동정책 기조에 편승해 경영권에 개입하기 위한 성격이 짙어 보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