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돕겠다고 여기 오냐" 거친 언사, 국가원수에 최소 예의도 없어 씁쓸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뭘 도와주겠다고 여기 오느냐", "정부의 사고 대책 방안이 안 되면 나중에 어떻게 할 거예요. 언론 다 막고…", "다 죽었잖아요. 어떻게 하실 것인지 대통령이 말씀하시라고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격앙된 표정을 지으며 박근혜대통령을 다그쳤다. 박근혜대통령은 4일 오후 12시쯤 진도 임회면 팽목항을 찾아가 실종자 유가족들과 면담하고, 이들의 불만과 애로사항을 경청했다.  어머니같은 심정으로 이들과 아픔을 공유하고, 사고수습에 전력투구하고, 책임자들을 엄중문책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유가족들의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려 했다. 박대통령은 유가족들에게 다가갔다. "저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봐 슬픔을 잘 안다. 여러분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인다. 살이 찢어지는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    유가족들은 분노와 원망만 표출했다.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었다. 오로지 생떼같은 자식들이 죽은 것에 대해 대통령에 한풀이, 분풀이를 하기 바빴다.  청와대와 정부가 언론의 입을 막은 적도 없건만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고 엉뚱한 불만을 쏟아냈다. 오히려 너무나 언론이 마구 써대고 정제되지 않는 소방차식 보도와 떼거지보도를 하는 바람에 유가족들에게 슬픔만 가중시켰다. 참사를 악용하는 사이비언론들과 좌파세력들이 설쳐대면서 사회혼란도 가중시켰다.  슬픔과 분노의 마케팅을 장사에 활용하려는  좌파와 야당도 박근혜정권퇴진이란 선전선동을 해대기 바빴다. 실종자와 희생자를 정권공격을 위한 창과 수단으로 악용하는 세력들이었다. 

박대통령은 세월호 침몰이후 밤잠을 설쳐가며 민관군을 최대한 동원해 세월호 희생자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사고가 난 지 하룻만인 지난달 17일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한 데 이어, 5월 연휴기간인 4일 전격적으로 두번째 팽목항을 찾았다. 유가족들과 아픔을 공유하고, 정부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대통령으로서 이례적으로 시신확인소까지 찾아가 국과수 직원들에게 최선을 다해 시신확인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국가최고지도자로서 진정성있는 태도와 행보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도 유가족들은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심이나 예우도 없이 대통령을  다그쳤다. 반말과 냉대로 일관했다. 안하무인격의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과 유가족간의 만남은 씁쓸한 모양새를 남겼다.  국가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고, 최고의 재난구조 전문가들을 동원해 세월호 실종자들을 수색하고 있다. 유가족들을 위한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국가가 6백만불의 사나이나, 스파이더맨, 슈퍼맨, 아이언맨, 어벤져스가 아닌 바에야 모든 승객들을 구조할 수는 없다. 지금 팽목항의 거친 바다속을 들어가는 잠수부들은 규정대로라면 도저히 입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진도앞바다는 이순신장군이 빠른 물살을 이용해 왜적선을 모두 물리쳐 명랑대첩을 이룬 곳이기도 하다. 워낙 물살이 빨라 실종자 찾기가 극도로  어려운 곳이다. 

   
▲ 세월호 실종자 유가족을 위로하기위해 4일 두번째 진도 팽목항을 찾은 박근혜대통령. 박대통령은 이날 유가족들과 만나 깊은 위로를 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박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거친말과 반말 냉대 등 금도를 벗어난 언사를 보였다.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경심이 없었다. 국가원수가 진정성있게 유가족들에게 다가가 위로하고 모든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은 반발과 냉대로 일관해 씁쓸한 뒷모습을 남겼다.

잠수부들은 목숨을 걸고 수색하고 있다. 한사람의 실종자라도 수습하기위한 노력에서다.  진도의 해류는 무척 빨리 매뉴얼대로라면 들어가면 안된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이런 거친 물살에선 잠수부들을 투입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정부나 해군및 해경  잠수부들은 애국심을 바탕으로 동생이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목숨을 건 위험한 잠수를 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무조건 잠수부들을 사고해역에 투입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들에게 생명을 담보로 입수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래도 그들은 들어가고 있다. 진정한 애국자들이다. 천암한 폭침때 한준호 준위가 희생자 수색과정에서 희생된 것도 상기해야 한다.  

유가족들의 격앙된 반응과 거친 언사는  문제가 있다. 곱앂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대통령이 사고 수습후 진정성있는 사과를 하겠다고 했고, 지금도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유가족들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  희생자들은 의사상자나, 국가유공자들이 아니다. 민간 여객선의 침몰로 인한 불의의 재난사고를 당해 희생된 사람들이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로서 실종자 수색과 사고 수습에 24시간 나서고 있다. 국민들은 유가족들의 아픔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 국민들은 정부의 미흡한 구조노력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기도 하다. 유가족들도 시커멓게 심장이 타들어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하도 눈물을 흘려서 눈물샘마저 말랐다. 늑장구조에 넌더리를 내며 정부를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고의로 구조늑장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가용자원과 인력을 활용해 구조와 수색에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게 우리의 한계이기도 하다. 청해진해운은 워낙 싼 운임을 만회하기위해 무리하게 승객을 많이 태우고, 규정이상의 화물을 싣고 출항했다가 대형 인명피해를 냈다. 정부가 여객선 운임에 대한 과도한 통제를 하면서 신형 여객선은 없고, 노후여객선만이 국내 연안 여객운송을 맡았다. 합리적인 시장가격을 밑도는 과도한 운임규제가 이런 대형참사를 유발했다. 시장이 냉혹하게 복수한 것이다.  

서비스에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무리하게 운임을 묶고, 국민들도 1만원내고 10만원어치의 서비스를 요구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글로벌경쟁을 벌이면서 서비스와 재난구조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향상됐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불시착 때 2명만 죽고, 300여명이 무사히 탈출한 것은 이를 반증한다. 당시 조종사와 승무원들은 평소 숱하게 훈련한대로 승객들을 먼저 대피시키고, 자신들은 나중에 빠져나왔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불만과 원망은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을 잘안다.  차디찬 진도앞바다에서 주검으로 떠돌고 있는 자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터지고, 살이 찢겨나가는 아픔을 겪고 있다. 모든 국민들도 울고 울었다. 모든 국민이 단원고 학생들을 생환시켜 달라고 하나님에게 기도했다. 이제 유가족들도 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 대통령이 두번이나 찾아가 위로하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국가원수의 진정성있는 마음을 냉혹하게 뿌리치며 냉대와 반발을 하는 것은 국가이미지와 국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  국정최고지도자의 수습노력을 존중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 무역센터가 아랍테러범들에 의해 비행기테러를 당했을 때, 조지 부시 대통령은  사흘만에 폐허가 된 그라운드 제로에 섰다. 그는 붕괴현장에서 온몸에 땀과 먼지를 뒤짚어쓴채 구조에 전력투구중인 소방관의 어깨를 감싼 채 확성기를 들고 소방관들에게 연설을 했다.  부시는  "이 건물을 붕괴시킨 사람들은 조만간 우리 모두로부터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며 대 테러전을 선포했다. 현장에 있던 소방관들과 미국시민들은 부시의 결연한 연설에 동조하며 결의를 다졌다. 국가적 재난과 위기를 맞아 미국 국가원수와 국민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벌써 18일이 지나고 있다. 국가적 비극을 극복하기위해 국정지도자와 국민, 유가족들이 원망과 분노, 남의 탓을 하기에 앞서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 침묵속에서 지도자와 유가족, 국민, 모두가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해야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미디어펜=이의춘발행인 jungleelee@mediap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