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이 귀순하면서 남북한 병력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북측이 귀순 병사에게 쏜 총탄이 40여발에 달하고, 일부 총탄이 우리 측에도 넘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측 대응사격이 왜 없었나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도 처음 “JSA에서 한국군이 대응사격하지 못한 것은 논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언급해 유엔사가 관리하는 교전수칙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된 것.

국방부가 16일 당시 CCTV를 공개하기로 해 확인이 필요하지만 당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서까지 귄순 병사를 추격했다는 말도 있어 우리쪽 대응이 전무했던 것이 타당해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15일 귀국 즉시 포항지진 사태로 인해 긴급 소집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유엔군사령부는 초병이 조치를 잘 했다고 평가했지만, 우리를 조준해 사격한 게 아니라 해도 우리 측으로 총알이 넘어왔다면 비조준 경고사격이라도 하는 게 국민이 생각하는 평균적 교전수칙 아니겠느냐”며 “교전수칙을 좀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16일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교전수칙은 6.25전쟁 이후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가 만든 것으로, JSA에만 적용되는 수칙이 아니라 비무장지대(DMZ) 전 구간에 적용되는 수칙”이라며 “그래서 한국정부, 한국군이 임의로 교전수칙을 수정 변경해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어제 발언은 굳이 표현한다면 ‘지시’ ‘검토’라는 취지가 아니라 ‘국민 상식선에서 저쪽 총알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으면 못 넘어오게 하는 대응이 필요한데 그런 수칙이 없다면 국민의 문제 제기는 일리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이렇게 JSA 교전수칙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인 이유는 JSA의 성격 자체가 공동경비구역으로 남북 양측의 군사정전위원회가 회의를 하는 곳인 만큼 이곳에서 만큼은 충돌을 막기 위해 최대한 억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지금까지 각각 이곳의 남쪽과 북쪽에 대한 관할과 작전지휘권을 맡고 있으므로 유엔군 사령부의 교전수칙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JSA에서 유엔사가 아닌 한국군의 교전수칙을 따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져 결과가 주목된다.   

   
▲ 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 병사들이 남측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에 북한군은 남쪽으로 탈출하는 귀순 병사에 대해 AK자동소총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전협정상 JSA에서는 AK자동소총을 반입할 수 없고, 권총만 휴대할 수 있는 데도 이런 사실이 공식 확인된다면 정전협정을 어긴 것이다. 바로 이 점도 이번 우리 측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논란을 더하고 있다.

이외에도 JSA 관련 수칙으로는 출입인원 제한이 있다. 1953년 10월19일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에서 비준된 ‘군사정전위원회 본부구역의 안전에 관한 합의’ 제2항에 따르면 JSA 내 안전은 양측이 각각 10명이 넘지 않는 장교와 90명이 넘지 않는 수준의 사병을 파견해 경비할 수 있다.

JSA에서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필요로 할 때에도 유엔사 소속 미군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비를 담당하는 한국군이 지휘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커질 경우 우리 군 당국과 유엔사의 협의도 가능해질 수 있다. 군 소식통도 이날 “유엔군 사령부가 JSA의 작전 지휘를 맡고 있지만 실제 경비 책임은 한국군 담당”이라며 “군 내부에서는 JSA에서도 한국군의 교전수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군의 교전수칙은 유사시 현장 지휘관의 판단으로 선 조치하고 상황이 종료되면 지휘 계통에 따라 후 보고하는 방식이다. 반면 유엔사의 교전수칙은 기본적으로 확전 가능성과 위기관리 고조 등을 정확히 따져 비례성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에 항의하거나 유엔 차원의 대응 계획에 대해 “전체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어떤 주체가 어떤 경로를 통해 조치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날 국방부가 공개할 당시 상황에 대한 CCTV 결과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