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올해 3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증시 활황과 주가연계증권(ELS) 수익 증가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에서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어떤 회사도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향후 사업다각화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3분기 실적을 차례차례 발표하고 있다. 업계 선두권인 이른바 ‘빅5’ 증권사들을 포함해 대다수 회사들이 호실적을 공시하고 있다. 우선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도 666억원에서 101.4% 급증한 1343억원을 기록했다.

   
▲ 사진=연합뉴스


순익이 1년 만에 거의 정확히 2배가 된 데에는 기존 사업인 브로커리지는 물론 IB와 트레이딩 등 전 부문의 이익이 고르게 증가했다는 배경이 작용했다. 코스피의 기록적인 상승 역시 ELS 수익으로 연결되면서 효자 노릇을 했다. 

현재 업계 다수 증권사들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유로스톡스50 등을 ELS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어 이들 지수의 상승은 증권사들의 수익구조에 큰 힘이 됐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초대형 IB 발행어음사업을 인가받은 한국투자증권 역시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131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4.8% 증가한 것으로 누적 당기순이익은 4023억원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127.2% 증가한 수치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한투의 선전은 기업공개, 회사채 인수, 공모증자, 구조화 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에서 꾸준한 실적이 나온 덕을 봤다. 초대형 IB 사업에서 국내 유일의 입지를 확보하게 된 만큼 조직 내부의 분위기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에도 3분기 당기순이익이 86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7.9% 증가한 실적을 달성했다. KB증권은 410억원을 기록해 1년 만에 13.3% 증가한 성적을 거뒀다. 

삼성증권은 IB와 자산관리(WM) 부문이 모두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3분기 영업이익 1157억원을 공시했다. 이는 작년 동기대비 77.0%, 전 분기 대비 31.4% 상승한 것으로 순이익도 작년 동기 대비 74.8% 늘어난 874억원을 기록했다. 

빅5 증권사들의 호실적은 업계의 시장전망치를 웃돌았다는 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신증권, KTB투자증권 등의 중소형 증권사들도 작년 실적을 뛰어넘었으며 작년 3분기 적자를 기록한 DB금융투자의 경우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4분기 실적전망도 지금으로써는 나쁘지 않다. 남은 4분기에도 증시 활황이 예상되고 자기자본을 활용한 기업금융‧부동산 금융 부문의 수익구조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증권사들이 특별히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지는 않다. 여기에는 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초대형 IB 발행어음사업 인가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결과로 결론 났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증권사들은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기 위해 자기자본규모를 늘렸지만 현재로써는 발행어음사업을 언제 인가 받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초대형 IB 인가 이슈는 새 정부의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에게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를 잘 보여줬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자율보다는 규제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속에 증권사들은 호실적을 마냥 기뻐하지만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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