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 뇌물공여 혐의'에 '단술 뇌물 혐의' 추가
공무원 직무 관련 '대가성'만 입증하면 유죄 인정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한 공소장을 일부 변경했다. 특검이 변경 요청한 내용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부분이다.

특검은 1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삼성이 재단 설립 출연금을 박근혜 전 대통령 대신 부담했다면 직접 뇌물 공여에 해당할 수도 있는 것으로 봤다"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무죄 선고 이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제3자에 대한 뇌물공여가 아닌 재단 설립 출연금의 대납 구조로 직접 뇌물수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며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특검의 설명을 들은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 요청을 허가했다. 공소장이 변경됨으로써 이 부회장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후원한 것과 관련, 1심에서 적용 받은 '제3자 뇌물공여 혐의'에 '단순 뇌물혐의' 의혹이 추가됐다.

앞서 원심 재판부는 정유라 승마 지원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재단 지원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요청대로 출연금 후원에 수동적으로 임했다는 점, 정부의 강압적 요청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제 3자 뇌물공여죄는 '대가성'뿐 아니라 '부정한 청탁'의 사실까지 입증돼야 그 죄가 인정된다. 반면 직접 뇌물공여죄는 공무원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만 입증하면 유죄가 인정돼 비교적 수월하다.

특검의 공소장 변경 요청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검이 제3자 뇌물공여 입증이 어려워지자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같은 날 오전 서증 조사에서 "특검 측이 제출한 통화내역이 증거자료에 대한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특검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 등의 통화내역을 뇌물공여 혐의 증거로 내세우며 "이들의 통화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연락이 오고간 시점과 시간차를 고려하면 뇌물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특검이 제출한 증거는 전화번호와 각 번호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명시된 것밖에 없다"며 "피고인들이 주고받았다는 대화 내용은 모두 특검의 추측에 불과하고 개연성도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또 "특검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통화내역만을 가지고 이들이 말 구입과 관련한 통화를 했다고 주장한다"며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당시 대관업무 담당자로서 창조혁신센터 등 뇌물공여와는 무관한 정책 이슈로 통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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