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지진 안전 관련 법안 40여건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인 가운데 여야 정치인들은 관련 입법은 뒷전이고 앞다퉈 포항 지진 피해현장으로 출동했다. 

여야 지도부는 16일 전날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을 찾아 피해 현황을 보고받고, 주민들을 위로하는 것과 관련해 정치인으로서 당연하다는 의견과 함께 국회가 본연의 임무인 입법에 더 치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 경주지진을 계기로 여야 정치권은 46건의 지진 안전 관련 법안을 앞다퉈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것은 단 6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안전을 위해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진 관측과 경보를 강화하기 위한 지진 안전 관련 법안이 국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지진 안전 관련 법안은 지진·화산재해대책법 개정안 12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 7건, 건축법 개정안과 원자력안전법 개정안 각 4건, 지진·지진해일·화산의 관측 및 경보에 관한 법률 개정안 3건 등 총 46건이다.

이 법안 모두 지난해 경주지진 이후 발의된 법안이다. 이들 법안도 역대 국회에서 이미 발의됐다 폐기를 반복한 ‘재탕’ 법안이거나, 내진설계 강화·단층 조사 연구 강화 등 원론적 수준의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46건 중 8건은 다른 법안에 반영되며 폐기됐고, 32건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먼지가 쌓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반짝 관심’을 보이며 호들갑을 떨다가 시간이 지나면 고개를 돌리는 정치권의 태도가 반복되는 셈이다.

지난해 경주 강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양산단층을 포함,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 최대 450여개가 국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피해 방지나 예방의 관한 법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질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지질 위험성이 더 커진 가운데 하루빨리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진수 한국지진자원연구원 박사는 "지난해부터 한반도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활발해 진 것은 사실"이라며 "원인에 대해선 단정지어서 말 할 순 없지만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발생한 지진 규모가 대략 5.0 정도 였지만 향후 한반도에서 발생할 더 강한 지진에 대비해 신속히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 지질학 전문가는 "정치인들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실물이 난다. 지난해 경주 지진때 발의된 법안들만 잘 통과되어 발의 됐다면 포항 지진의 피해를 줄였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표를 얻고자 쑈를 하는 것을 국민들은 알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우리 정치의 이러한 문화가 이젠 사라져야 한다. 어떤 사건이 있을 때만 반짝하고 이후 관심도 안 가지는 이런 모양새를 국민들에게 계속 보인다면 앞으로 반드시 땅 치고 후회 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안 처리는 뒷전이고 지진현장 방문 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용이라는 비판이 일자 여야는 입을 모아 예산 확충, 국회내 특위 설치 등 후속대책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재난안전대책회의에서 "이번 지진으로 인해 국민 안전과 재난 지원에 대한 공동 대응이 절실해 졌다"며 "국회 차원의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 설치를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진피해 취약성은 학교나 주택등 내진설꼐가 미흡한 건물에 집중되어 있다"며 "국회에 계류중인 단층조사연구강화 등 지진대책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와 당파를 넘어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예산안 심의과정에 지진 피해를 복구할 대한민국의 의지를 담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 지진 안전 관련 법안 40여건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인 가운데 여야 정치인들은 관련 입법은 뒷전이고 앞다퉈 포항 지진 피해현장으로 출동했다./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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