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 등 빅5, 투자심사역 확보에 박차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면서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사들의 간극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형사들이 투자심사역 인력충원에 나서고 있다면 중소형사들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의 존재감 부각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추진된 초대형 투자은행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특히 ‘빅5’ 증권사 중 유일하게 발행어음 업무를 인가받은 한국투자증권은 본격적으로 투자심사역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투자심사역이란 투자회사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요직이다. 이미 올해만 6명의 심사역을 외부에서 충원한 한투는 연말까지 사내 공모 형태로 내부에서 2명 정도를 더 충원한다. 원래 9명이었던 심사 인력은 최대 18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투와 달리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한 여타 대형사들은 일단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3명을 채용한 상태에서 KB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은 우선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대형 IB 프로젝트가 기존 계획보다는 다소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심사역 관련 채용시장이 예측만큼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아직까지 초대형 IB 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조금이라도 대형사들과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상태다.

대표적인 움직임이 IPO 시장에 대한 적극성이다. 통상 IPO 시장은 대형사들, 특히 NH와 한국투자증권의 ‘독무대’처럼 인식돼 왔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증권사들이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며 선전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스팩상장, 재상장, 이전상장 등을 제외한 IPO 건수는 총 45건이다. 하반기에만 26건이 이뤄져 최근으로 올수록 뜨거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하반기에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전통적인 강자들이 IPO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소 줄었다는 점이다. 

상반기 NH투자증권은 6건, 한국투자증권은 5건을 성사시켜 빅2가 57.89%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이 비중이 30.77%로 급감했다. 

이는 대형사들의 부진이라기보다는 중소형사들의 선전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형사 중에서는 상반기 1건밖에 IPO를 성사시키지 못했던 미래에셋대우가 하반기 들어 6건을 진행시켜 눈에 띄게 선전했다.

이밖에 대신증권·신한금융투자가 각각 3건, 키움증권·하나금융투자가 각각 2건의 IPO를 진행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IPO가 없었던 SK증권과 신영증권도 하반기에는 1건씩을 기록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업계의 달라진 판도는 경쟁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한 중소형사들의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초대형IB라는 기회를 잡은 만큼 중소형 증권사들이 과거보다 IPO 시장에 훨씬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코스닥 활성화를 강조하고 IPO 시장에도 활기가 예상되는 만큼 IPO에 몰입하는 최근의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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