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은 짧게"…하마평 무성
   
▲ 한국e스포츠협회의 자금 유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앞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사의 표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만에 여당 고위 인사가 부패 혐의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16일 춘추관에서 사의를 표한 전병헌 청와대 민정수석이 오는 20일 검찰 포토라인에 설 전망이다. 검찰은 영장 청구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전 전 수석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만큼 문재인 정부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방증하듯 7박8일의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15일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주말까지 특별한 공식 일정 없이 정국 구상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당장 국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 처리에다 야당의 임명 동의가 필수인 이진성 헌재소장과 아직 지명조차 못한 감사원장 인준 등 국회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무수석의 공석까지 겹친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다.

청와대는 국회와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후임 정무수색을 물색하는 한편, 인사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현안은 현안대로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장 청와대가 홍종학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은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 후보자 측 직원이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던 지난 10일 야당 의원들에게 미리 인사를 드린다며 연락처를 물어보는 바람에 비판을 더했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등 야 3당은 청와대가 국회에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것도 임명 강행 수순으로 보고, 나머지 인사 문제는 물론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연계할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홍종학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던 13일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절대 부적격자인 홍 후보자 보고서 채택에 응할 용의가 없다”며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홍 후보자를 임명해서 오기 정치를 한다면 앞으로 있을 예산 국회가 원만히 진행되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경고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홍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아무리 급해도 장모님에게 책임을 다 돌릴 줄 몰랐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홍 후보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아니라 재벌대기업부에 어울리는 인사”라며 “문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감안한 듯 청와대는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 예산 시즌이고, 여러가지 개혁 법안, 또 내년 개헌안에 담길 내용 등 이슈가 많은 상황이라서 (정무수석) 공백을 그렇게 길게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당초 다음날로 예정된 참모진들과의 티타임을 앞당겨 주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정무수석과 관련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고, 임종석 비서실장도 관련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전 수석의 사퇴는 처음 ‘롯데 뇌물’ 의혹이 불거졌을 때 문 대통령에게 보고된 이후 줄곧 임종석 비서실장과 전 수석 본인이 논의해 최종 거취까지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전 수석이 사퇴한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일단 선임비서관인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그리고 한병도 정무비서관을 중심으로 운영될 방침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후임 정무수석 인선을 마냥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 수석이 물러난 지 하루 만에 정무수석 하마평이 무수히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대선 캠프 시절부터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릴 정도였던 한병도 정무비서관이 내부 승진할 가능성이 다소 높은 분위기 속에서 청와대 밖에서는 새정부 출범 당시 정무수석 후보로 이름이 올랐던 강기정·최재성 전 국회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을 지냈던 오영식 전 의원도 후보 물망에 올랐다. 이외 여권 내에서도 ‘중립 성향’으로 꼽히는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 선대위 총무본부장을 지낸 정장선 전 의원, 김성곤·정장선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으며 일각에선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이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