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중도보수 대통합 용납하지 않을 것" 격한 반응
[미디어펜=정광성 기자]바른정당과 ‘중도통합’을 앞두고 오는 21일 끝장토론에서 열리는 가운데 국민의당 내 친안계(친안철수)와 호남계 의원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선두로 당내 일부 세력들이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 주장에 호남계 의원들은 반대의사를 드러내며 집단탈당까지 예고되어 있는 상태이다.

양측 모두 아직 분당까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이날 심층 토론을 통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호남 중진들의 반발 속에 양측이 간극을 좁히지 못할 경우 분열은 피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가정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촉발된 '중도통합' 논쟁은 찬반 격론 끝에 정책연대에 이어 선거연대까지만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일단락되는듯했다.

하지만 바른정당 새 사령탑에 오른 유승민 대표가 '중도보수통합론' 구상을 밝히면서 잠복해 있던 갈등의 불씨가 재점화했다.

이런 가운데 안 대표가 계속해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중심이 되는 빅텐트를 강조하며 통합의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안 대표가 호남 텃밭 민심을 거스르는 통합 카드를 다시 꺼내 들자 호남을 지역구로 둔 '비안'(非安·비안철수)계 의원들은 저마다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안 대표는 ‘한국정치와 다당제’를 주제로 한 덕성여대 특강에서 “연대 내지는 통합으로 가는 것이 우리가 처음 정당을 만들었을 때 추구한 방향과 같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른정당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안 대표가 결국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다.

   
▲ 바른정당과 ‘중도통합’을 앞두고 오는 21일 끝장토론에서 열리는 가운데 국민의당 내 친안계(친안철수)와 호남계 의원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호남 중진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섯다.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어떤 경우에도 정체성과 가치는 지키고, 애매모호한 중도보수대통합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정동영 의원도 트위터에서 “안 대표는 정치공학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에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8·27 전당대회'에서 안 대표와 당권 경쟁을 벌였던 천정배 전 대표도 안 대표의 통합 구상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이미 격렬한 노선투쟁에 나섰다.

안 대표의 ‘빅텐트’론의 가속화 되자 호남 중진들은 뜻이 맞는 의원들을 규합해 가칭 '평화개혁연대'를 만들고, 이 조직을 통해 안 대표의 중도통합 구상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현재 당을 지키기 위한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세를 모으고 있지만, 향후 안 대표와의 충돌면이 넓어지고 수위가 높아질 경우 자칫 분당 위기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당 일각에서 나온다.

당내에서는 이미 균열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7일 예정됐던 제2창당위원회 회의가 호남 중진들의 집단 불참으로 불발되고, 전남이 지역구인 손금주 수석대변인이 돌연 자진사퇴하며 안 대표 측을 압박했다.

국민의당 내 친안계로 불리는 한 의원은 “지금 당장 통합하자는 건 아니다.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구성해 보고 잘 맞으면 통합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호남계 의원들이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21일 열릴 토론회에서 호남계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치열하게 논의를 해봐야 알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쪼개지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냐”면서도 “정말 함께 할 수 없다면 어쩔수 없는 일”이라며 조심스럽게 분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 호남계 고위 관계자는 “그날 가봐야 알 것 같다. 정말 박터지는 논의가 될 것 같다”면서 “안 대표가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면 저희로선 어쩔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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