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새 정부 금융권 주요 인사가 마무리 된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지만 적임자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마평에 거론되는 사람은 많지만 대다수는 자리가 주는 부담이 너무 커 손사래를 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차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이 난항이다. 근 1년간 공석이었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가 최근 채워졌지만 4개월째 공석인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여전히 ‘인력난’이다. 

   
▲ 사진=연합뉴스


기금운용본부장은 물경 600조원에 달하는 연금을 운용하는 책임을 짊어지는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최근 이른바 ‘최순실 사태’로 문형표 전 국민연금 이사장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CIO가 구속되면서 자리가 주는 부담이 커졌다. 

홍완선 전 본부장은 지난 14일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영 부장판사)로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해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7일 취임한 김성주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기금운용의 독립성, 투명성, 전문성을 강화해 600조원이 넘는 기금의 운용능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운용직 처우를 강화하고 연기금전문대학원 설립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포부와는 달리 업계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일단 정치인 출신인 김 이사장 주변에 적임자가 있을 확률은 낮다는 데 업계 다수의 견해가 일치한다. 그렇다면 능력 있는 외부인을 영입해야 하는데 최근 CIO 자리가 주는 ‘리스크’가 커진 만큼 선뜻 나서겠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기금본부가 올해 2월 전주로 이사를 하면서 근무처가 주는 부담이 새로 생겼다. 

아직 공모절차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시장 안팎에서는 강신우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운용본부장, 구재상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대표, 김희석 NH농협생명 부사장, 안효준 BNK투자증권 대표, 유정상 한국예탁결제원 감사, 이동익 AIIB 민간투자국장, 정재호 새마을금고중앙회 자금운용부문장, 조인식 국민연금 해외증권실장, 한동주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등의 이름을 하마평에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조금이라도 적극성을 드러낸 인사는 한 명도 없다.

전문성보다는 ‘코드인사’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대두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성보다는 이사장과 잘 맞는 사람이 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며 우려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조만간 기금이사 추천위원회를 꾸려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절차에 착수한다. 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 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 제청하는 방식이다. 이르면 올해 말쯤 새로운 기금운용본부장이 임명될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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