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가 삼성과 FA 계약을 했다는 소식은 롯데 팬들에게는 충격적일 수 있다. 2004년 롯데의 지명을 받아 14년간 안방마님으로 오랜 기간 프랜차이즈 스타 입지를 굳혀왔던 강민호가 팀을 떠나 다른 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사실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 구단은 21일 강민호와 4년 총액 80억원(계약금 40억원, 총 연봉 4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는 팀과 계약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한 가지 묘한 점이 있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삼성이 강민호와 계약 발표를 하기 전 롯데 구단이 먼저 강민호와 FA 협상을 벌였으나 계약이 결렬됐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롯데는 4년 총액 80억원을 제시했다며 구단 측의 제시 조건까지 밝혔다.

'4년 80억원'은 삼성이 강민호에게 안겨준 금액과 똑 같다. 그럼 강민호는 왜 같은 조건인데 익숙한 친정팀이자 수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아온 롯데를 떠나 삼성으로 가기로 한 것일까.

삼성이 발표액 이상의 웃돈을 얹어주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강민호가 계약 후 삼성 측을 통해 밝힌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는 "10년 동안 몸담았던 팀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힘들 결정이었다"고 하면서도 "저의 미래 가치를 인정해주고 진심으로 다가온 삼성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삼성과 계약 결정의 배경을 전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롯데는 미래 가치를 삼성보다 덜 인정해주고, 계약 협상 과정에서 강민호에게 삼성보다 덜 진심으로 다가섰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롯데가 협상 결렬 후 (삼성과 계약 발표를 염두에 두고) 강민호에게 제시했던 구체적인 조건을 알린 점, 강민호의 뼈있는 듯한 발언에서 롯데와 강민호 사이에 뭔가 서로 서운했던 점이 있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4년 전 강민호가 첫번째 FA 자격을 획득했을 때 롯데는 4년간 75억원이라는 당시 최고 대우로 강민호를 붙잡았다. 4년이 흘렀고 강민호의 나이와 기량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롯데의 안방 사정은 그다지 나아진 점이 없다. '포스트 강민호'로 꼽히던 장성우는 kt로 이적했고, 현재 백업포수 김사훈 외에는 확실한 포수 재목도 키워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롯데와 강민호는 결별했다.

여기서 다시 3년 전 장원준이 FA 자격을 얻어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이적한 것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당시 롯데는 팀의 좌완 간판투수였던 장원준에게 4년 총액 88억원을 제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도 장원준은 두산과 이보다 적은 4년 총액 84억원에 계약하며 이적했다. 익숙한 친정팀이 좋은 조건을 제시했는데도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는 것을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야구인들이나 팬들 사이에서는 장원준이 발표액보다 많은 돈을 받았든지, 계약기간이 4년보다 더 많았들 것이라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이번 강민호와 삼성의 계약 역시 이와 비슷한 추측이 가능하다.

어쨌든 강민호는 삼성의 새로운 안방마님으로 활약하게 될 것이고, 롯데는 강민호 공백을 메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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