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월세 수금이 하루의 일과인 동네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와 전직 형사 출신 박평달(성동일). 두 사람은 전직 형사였던 세입자 최씨의 죽음을 통해 처음 만나고, 아리동에서 연달아 발생하는 살인사건에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30년 전 미제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이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백윤식·성동일이 뭉친 '반드시 잡는다'를 마주하니 몇 편의 작품이 스쳐 간다. 노보안관과 살인광의 대결을 그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8), 연쇄살인범 지영민을 쫓는 엄중호의 '추격자'(2008)가 대표적이다. 두 작품 모두 사회 무대에서 밀려나고 노쇠한 이들의 투쟁기를 따라가고,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엔딩 크레딧을 올린 바 있다.

이 가운데 '반드시 잡는다'는 이 작품들과 다른 노선을 걷겠노라며 타이틀에서 이미 집요한 투쟁을 암시했다. 그리고 그 쾌미가 어떨지는 직접 확인해보라 선언하는 식이다.


   


영화는 스릴러 장르가 가진 서스펜스와 배우들이 지닌 유머성을 완벽히 이해하고 들어간다. 이에 장르와 캐릭터가 적절히 융화되며 상업영화로서의 본분을 다했으나, 조화란 말이 가진 어폐를 들여다보면 곧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을 발견하게 된다.

숨 막히는 추격전을 비롯해 버디 무비의 유쾌한 케미와 끈끈한 감정선,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등 모든 요소를 균형 있게 다루다 보니 정작 본이야기는 종전에 봤던 서스펜스 그 이상을 해내지 못하고 답습을 택한다. 여러 메시지를 전하다 보니 깊이감이 옅어지고, 스릴이 반감되는 것이다.

박수를 보내고 싶은 부분은 베테랑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이다. '싸움의 기술', '타짜', '관상', '내부자들' 등의 작품에서 확실한 무게감을 드러냈던 백윤식은 이번 작품에서 모든 걸 내려놓았다. "월세 언제 줄껴?"…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이 소시민과 정극·코믹을 넘나드는 데 도가 튼 성동일의 시너지가 극의 축을 견고히 지탱한다. 세월에 녹슨 두 사람의 수사 방식은 영화의 맥이자 김홍석 감독의 차별화 전략. 인륜을 외치며 범인을 타이르는 중년들의 모습도 예상치 못한 감흥을 안긴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중년 배우 기용이 제작사로부터 얼마나 처참하게 거부당했는지를 역설한 감독이 흐뭇해할 성과다.

심덕수와 박평달은 나름의 노련미로 중무장했다지만 거대한 잔혹성 앞에서 나약하고 위태로운 사람들일 뿐이다. 그럼에도 쉽사리 쥐구멍을 찾지 않는다. "노인들을 식충 보듯" 하는 사회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를 보살핀다. 여성·노인만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이를 방관하는 사회, 사건 해결의 주체인 노년층을 통해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점은 명확해 보인다.

'살인의 추억' 이후 30년의 이야기를 그린 감독의 숙원은 장기미제사건의 범인을 '반드시 잡는다'는 것이었다. 다만 "밥은 먹고 다니냐"며 삼켰던 울분을 타파하기엔 그 깊이감이 다소 아쉽다. 사회적 메시지와 응징의 카타르시스를 함께 가져가기엔 무리였을까. 노익장의 강렬함보단 계속해서 내몰리는 노년층에 대한 연민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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