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사직의 봄'은 이번 한 시즌으로 살짝 꽃망울만 터뜨리고 말 것인가. 롯데 자이언츠가 FA 시장에서 집토끼를 잇따라 놓치며 전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사고 있다.

롯데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3위의 성적을 내 5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NC 다이노스에 밀리며 일찍 가을야구를 마감했지만 4년간의 암흑기를 끝내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잡았다. 이런 성과로 조원우 감독은 3년 재계약을 해 다음 시즌 보다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할 것이란 기대감도 가졌다.

그런데 더 높은 곳을 목표로 뛰어야 할 롯데가 이번 오프시즌 전력 보강 면에서 뒷걸음질이다. 한 시즌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 유턴한 황재균을 잡지 못하고 kt와 계약(4년 88억원)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21일에는 붙박이 안방마님이었던 강민호가 삼성과 계약(4년 80억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내부 FA였던 황재균과 강민호를 잇따라 다른 팀에 빼앗긴 롯데다. 수준급 3루수 황재균을 다시 불러들이지 못한 것도 현재 롯데 팀 구성상 아쉽지만 주전 포수 강민호를 붙잡지 못한 것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아직 끝난 상황도 아니다. 이번에 롯데에서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는 1년 유예된 황재균 포함 강민호 손아섭 최준석 문규현 이우민 등 6명이다. 이 가운데 문규현과만 계약(2+1년, 10억원)을 했고 황재균 강민호는 떠났다.

당장 급해진 것이 손아섭과의 계약이다. 이번 FA 시장에 나온 외야수 가운데 최대어이자 팀 프랜차이즈 스타 계보를 잇는 손아섭까지 놓친다면 롯데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손아섭을 놓쳐서는 안되는 분명한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손아섭은 공수주에서 차지하는 팀내 비중이 너무나 크다. '못 쳐도 3할'이라는 안정된 타격, 20도루 이상은 너끈히 할 수 있는 파이팅 넘치는 주루, 강견과 폭넓은 우익수 수비. 강민호 못지않게 손아섭도 대체불가 자원이라 할 수 있다.

손아섭이 빠진 롯데 타선은 생각만 해도 허전하다.

기량뿐만 아니라 스타성 면에서도 손아섭은 롯데에 꼭 필요하다. 롯데에는 이대호라는 상징적인 간판 스타가 있지만 30대 중반의 나이다. 강민호도 떠났다. 현 시점에서 이대호 다음으로 프랜차이즈 스타의 계보를 이을 선수는 손아섭 외에는 마땅히 없다.

손아섭은 NC와 준플레이오프 때 놀라운 투혼을 보이며 롯데 덕아웃의 실질적인 리더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롯데 팬들을 사직구장으로 불러모으는 데 있어 앞으로 손아섭의 역할이나 비중은 점점 커질 것이다.

롯데가 이런 손아섭과 계약을 서둘러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해외 진출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2년 전 포스팅 시스템에 의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이번에는 FA 자격을 얻어 보다 자유로운 여건에서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도 온 상태다.

손아섭은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꿈을 갖고 있다. 롯데가 손아섭을 잡으려면 그 꿈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 롯데 구단은 손아섭과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쉽지 않은 난관을 앞에 두고 있다.

사직구장에 모처럼 찾아왔던 훈풍이 핵심 선수들의 이탈로 점점 식어가고 있다. 손아섭까지 놓칠 경우 롯데 팬들의 냉담한 반응을 어떻게 감당할 지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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