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롱패딩' 우리 사회 몰개성 한 단면...'다른 사람들 다 입고 다니기 때문에'라는 마인드 내려놔야
   
▲ 지난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에 평창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기다린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북적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평창 롱패딩'의 인기가 패션업계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평창 롱패딩'을 구입하기 위해 롯데백화점 입구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밤샘 노숙'을 마다하지 않았다. '평창 롱패딩'을 사기위해 크고 작은 몸싸움도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창 롱패딩'을 추가 생산해 달라며 청와대에 청원까지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평창 롱패딩'에 열광하는 정확한 이유는 파악하기 힘들다. 롱패딩치고는 저렴한 14만9000원이라는 가격과 3만장이라는 한정 생산이 이들을 줄서게 했을 수 있다. 또 유명 연예인의 착용 사진이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에 올라와 주목을 끌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중고 시장에 웃돈을 붙여 판매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도 있다. 

한정판이니 만큼 별 필요도 없는데 경쟁적으로 줄을 섰을 수도 있고, 올 겨울을 패딩을 사서 따뜻하게 지내고 싶은 순수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평창 롱패딩'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의 목적은 제각각 일 것이다. 

'평창 롱패딩'의 인기로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는 '롱패딩'이 인기 검색어로 오르고 있고, 패션업계 역시 그 수혜를 얻고자 '롱패딩'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올 겨울 패션업계 최대 히트 상품은 '롱패딩'이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리를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디자인의 '롱패딩'을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끔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온라인 댓글에서도 '김밥들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 '펭귄 같다'는 등의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물론 추운 겨울 패딩을 입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평창 롱패딩' 이슈는 가성비와 '과시템'(자랑하기 위한 물품) 등의 해석에 앞서 우리 사회의 '몰개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닐까 조심스레 진단해 본다. 

몇 년 전 등골브레이커 논란을 일으켰던 노스페이스 패딩 열풍 역시 이와 비슷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당시 중고생들을 키웠던 많은 부모들은 더 저렴한 패딩 제품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내 자식이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지 않고 학교에 간다면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그 패딩을 사줬던 것이다. 

쉐이크쉑이 한국에 첫 론칭 했을 때 밤새 줄을 섰던 모습, H&M이 명품브랜드 발망과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내놓을 때 줄을 섰던 모습도 '평창 롱패딩' 현상과 교차된다.

'롱패딩'은 비단 올해 처음 생겨난 패션 아이템이 아니다. 대학교에서는 학과 단체복으로도 맞추기도 하고, 스포츠 선수들이 오래전부터 겨울에 입어왔던 옷이기도 하다. '평창 롱패딩'보다 더 저렴한 가격대의 '롱패딩'도 온라인 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가 대단히 트렌드가 빠른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 말은 그만큼 유행이 빨리 일어나고 식는 것도 빠르다는 뜻이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롱패딩'을 입는다면 상관없겠지만, '올해 유행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다 입고 다니기 때문에' 등의 '몰개성'적인 마인드는 이제 조금씩 내려놔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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