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국과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 봉인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내달로 예정된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입장차가 다시 노골화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2일(현지시간) 회담한 뒤 발표한 양측의 결과문을 보면 우리는 내달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중 및 한중관계 발전을 언급한 것과 달리 중국은 사드합의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지난달 31일 한중간 관계 개선 합의 이후 우리 정부가 한중간 사드 문제를 ‘봉인’했다고 판단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23일 앞서 중국이 3불(不)에 더해 ‘3불1한’(三不一限)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왕 부장이 언급했다는 것으로 “1한은 이미 배치된 사드 시스템의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해서 중국의 전략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즉, 1한은 사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중 군사당국간 합의를 말하는 것이다.  

이로써 지난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한 리커창 중국 총리가 말한 “단계적 사드 문제 처리” 언급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환구시보는 3불1한에 대해 “지난 10월에 한국이 이미 약속한 것”이라며 “이것이 중한관계 교착 타개의 기초”라고도 했으며, 관영 중국중앙(CC)TV도 이날 “한국이 사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는 것이 한중관계 전면 개선의 조건을 만든다”고 전했다.

   
▲ 지난 9월8일 오후 경북 성주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추가로 반입한 사드 발사대가 설치되고 있다. 미군은 앞서 7일 기존의 발사대 2대에다 4기를 추가 배치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외교부는 이날 중국이 우리 측에 ‘사드 레이더 안에 중국 측 차단벽 설치’나 ‘사드에 대한 기술적 설명’과 ‘경북 성주기지 현지조사’ 등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정부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한중 외교장관회담(22일·베이징)에서도 중국 측이 차단벽 설치 등 3가지 조치 이행을 요구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10월31일 발표(한중관계 개선 관련 협의 결과)에 따라 한중 양국은 군사 당국간 채널을 통해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국방부는 24일 주한미군 사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중 군 당국 대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한미군 사드 문제를 논의할 군 당국 대화를 중국이 제의했다는 설에 대해 “지금까지 그와 관련해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답해 정부간 공식 당국회담이 제안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같은 날 청와대는 일부 언론보도에 따라 앞서 리커창 총리의 ‘단계적 처리’ 발언에 대해 “중국 측은 ‘단계적’이 ‘스탭바이스탭’(step by step)이 아니라 ‘현 단계’를 나타내는 의미라며, 중국어에서 ‘적’은 ‘의’를 뜻한다고 중국 측이 설명했다”고 적극 해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현 단계의 상황에 변화가 없다. 사드와 같은 ‘과거’ 보다는 경제협력 등 ‘미래’에 초점을 맞추자는 의미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도 중국 정부가 사드 레이더의 중국 방향 차단벽 설치, 사드 현장조사 등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모두 ‘오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예 없는 얘기”라며 “심지어 처음 듣는 얘기라는 보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을 볼 때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언론보도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스스로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철 경기대 부총장(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늘 해오던대로 사드 문제에서도 ‘아전인수’격 정리를 해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중관계 정상화 시점에서 사드 문제를 한번 더 밀어붙여보는 것과 동시에 내부적으로 국내 무마용 효과도 노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사실 지난 한중간 ‘3불’ 합의를 보면 기존 우리 정부가 고수해오던 입장 그대로이므로 중국측에서 볼 때 자신들의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오는 한중정상회담에서 사드 의제가 오른다고 해도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런 경우 우리 정부는 우리 주장을 재차 피력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