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국내에서 유일하게 단기금융업무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하면서 ‘초대형IB(투자은행)’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금융계는 물론 부동산 업계까지 시선을 주목시키고 있지만 타 업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업계에서 유일하게 초대형IB(투자은행) 단기금융업 인가를 따낸 한국투자증권이 오는 27일부터 본격적으로 발행어음 사업에 나선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산부채관리위원회(ALCO)를 열어 1년 만기 발행어음의 수익률을 연 2.3%로 확정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첫 발행어음의 금리가 드디어 확정된 것이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업무를 허가받으면서 자금조달의 운용 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증권 박태우 연구원은 “증권사가 주요 자금조달 창구로 떠오르면서 기존 금융시장에서 외면당했던 비우량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며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도 금융서비스를 제공받고 유동성 대응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대형IB가 투자업계 최대의 ‘핫이슈’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 투자업계 바깥의 관점이 그렇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업무가 기존 은행들의 시장을 침범할 것”이라며 “초대형 IB에 대한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보류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냈다. 

제2금융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초대형IB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에 나서면 저축은행으로서는 업무를 빼앗기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동산신탁사들도 예민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초대형 IB가 발행어음사업을 통해 자금을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투입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4조원, 2020년에는 8조원 이상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장은 이 가운데 부동산 관련 증권에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전체 30%인 2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편 지난 6월부터 은행들은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 PF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해 대출의 ‘벽’을 높인 상태다. 만약 초대형IB를 필두로 증권사들이 부동산PF 사업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업계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가 수반될 수도 있다.

결국 초대형IB는 아직 인가를 받지 못한 증권사들은 물론 금융투자업계 바깥에서부터 들어오는 ‘견제’에도 직면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명실상부한 초대형IB는 지금으로써는 한국투자증권 하나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초대형IB가 안팎의 견제 때문에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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