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국민의당의 내홍이 심해지는 모양새다.  안철수 대표를 향해 당내에서 "그럴려면 보따리 싸라"는 말이 나오는 등 연일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통합을 찬성하는 '친안'(친 안철수)세력과 자강을 외치는 '반안'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팽팽한 기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국민의당 40석의 의원 중 통합을 주도하는 '친안'세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14명까지 나뉜다. 반면,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을 중심으로하는 호남 중진 의원 등 12명 의원들은 안 대표를 비난하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21일 통합을 둘러싼 내분을 봉합하고자 ‘끝장토론’을 벌였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어정쩡하게 일단락됐다.

이후에도 안 대표와 호남계 의원들 간에 장외 논쟁을 계속 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지난 23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의원총회에서 통합 찬성파가 많았다면 안철수 대표가 ‘의총에서도 찬성파가 많지 않았느냐’고 얘기하겠지 왜 원외지역위원장 당원투표 얘기를 꺼내겠느냐”며 “머리가 나쁘다”고 안 대표를 겨냥했다.

박 전 대표는 통합론 찬성파를 향해 “이유식을 하나 사와야 된다”며 “젖 좀 떨어지게”라고 빗대기도 했다. 박 의원은 앞서 “통합을 하면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2당으로 올라간다는 (안 대표의 말은) 괴상한 논리이고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는 뜻으로 말과 행동이 유치함을 일컬음) 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계속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박 전 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수의 의원이 반대한다. 국민이 만들어 준 우리의 길을 가야 국민을 위한 국민의당"이라며 재차 반박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안 대표는 부인하지만 상대는 단계적 3당 통합론을 주창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치는 명분과 실리가 있어야 한다. 통합으로 정체성과 가치를 잃고 원내 의석도 잃는다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DJ의 꼬마민주당과의 통합은 정체성이 완전 일치한 뿌리가 같은 당과 통합했다"며 "DJP연합은 통합이 아니라 연합"이라고 강조했다.

호남 중진들을 향한 비판 공세도 만만치 않다.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찬성하는 김철근 당 대변인은 박 의원의 ‘구상유취’ 발언에 대해 “노회한 정치 9단의 말씀”라고 일축했다.

김 대변인은 “박 의원도 우리 당을 위해 이런저런 쓴소리를 하시는데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흐른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이 시대는 흘러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안철수 대표가 끊임없는 중도개혁 확장을 하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당시 야권을 확장시키고 동서화합을 위해 지역주의를 허물려고 했던 그 중심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등 호남 중진들은 안 대표의 통합론에 맞서 '평화개혁연대'를 출범 예고해 만약 안 대표가 통합행보를 계속한다면 분당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한 의원은 “통합에 대해 호남 중진들이 계속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면 어쩔 수 없이 갈 길은 정해져 있다”며 호남계 의원들을 향해 강도 높게 말했다.

이어 그는 “그들이(호남계) 진정 당을 위한다면 연대를 통한 통합으로 가는 길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호남계 한 의원은 “당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안 대표라며 원외 위원장에게 막말까지 해가면서 꼭 통합을 해야 하겠냐”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강건너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가 통합을 밀어 붙힐 경우 우리는 당의 생존을 위해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합을 놓고 국민의당 내 친안계와 호남계의 갈등이 계속 될 경우 10여명 이상의 호남계 의원들이 탈당 하는 등 국민의당의 향방에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조찬 세미나에서 만나 인사한 뒤 밝은 표정으로 자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