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전건욱 기자]친박(친박근혜)계와 중도 의원들을 겨냥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한국당 경선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조치 이후 뚜렷한 갈등 사안이 없던 한국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특검법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차기 원내대표 결과가 홍 대표 리더십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사당 밑에서 고위 공직하고 당요직 다 차지하면서 전횡하던 사람들"이라며 친박계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또 "소신 없이 바람 앞에 수양버들처럼 흔들리던 사람들"이라며 중도 의원들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는 이어 "누가 대여 투쟁을 잘할 것인가에 원내대표 선출의 초점이 있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밝히면서 김 의원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태흠 최고위원은 27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좀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으로 당내 이야기를 한다"며 "홍 대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당내 갈등을 유발하고 듣기 민망한 표현을 사용하는데 말을 신중하게 할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친박계는 의원총회 개의 권한을 갖고 있는 원내대표직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현 정국에서 대여 투쟁이 중요하긴 하지만 홍 대표와 바른정당 복당파에 대한 당내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에는 친박계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과 홍 대표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성태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계파색이 옅은 이주영 의원이 '제3 지대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당내 '계파전 청산'을 외치는 중도 의원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관련해 불거진 비박 대 친박 대결 구도가 이어지면 당에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 초선의원 10여 명은 지난 22일 성명서에서 "혁신에 뜻을 같이 하는 우리들은 계파주의 배격을 천명하고,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이런 계파정치의 징조가 나타난다면 단호히 배격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원내대표 경선일을 두고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경선 날짜는 결정권자인 홍 대표의 몫"이라며 "조만간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1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자유한국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