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과세는 물론 기업 자율권 침해"
"자발적인 투자 끌어내는 것이 먼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재계에서 세법개정안에 신설될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에 대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국제적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2017 세법개정안'을 발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내용을 보완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기업이 한 해 소득의 일정 금액을 투자, 임금 증가,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법인세로 추가 징수하는 제도다. 일명 '사내유보금 과세'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내년부터 3년 간 한시 적용될 예정이다.

   
▲ 재벌사내유보금 환수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4월 18일 오후 여의도 전경련 앞에서 "재벌 사내유보금은 범죄자산"이라며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업이 곳간에 쌓아놓은 돈'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사내유보금은 세금, 배당금, 임원 상여금 등 사회로 유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회사에 축적된 나머지 금액을 뜻한다. 

일각에서는 사내유보의 증가가 기업에 축적돼 투자 및 고용에 활용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사실상 사내유보금의 상당부분은 이미 투자 및 고용에 활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사내유보금'이 곳간에 쌓여있는 돈이 아니라 상당부분 투자 등 경영활동에 사용되고 있는 금액이라는 의미다.

때문에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매기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도입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2015년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이름으로 3년간 한시 도입된 제도를 이름만 바꿔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지난 2015년 기업의 소득을 가계와 사회로 환류 시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와는 '배당' 부분을 제외하고 입법취지와 과세내용이 거의 유사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가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동일한 구조를 가졌기에 기존 제도에서 나타난 문제를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며 "이중과세 성격이 있어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수 있기에 기업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환류대상과 가중치가 일부 조정된 것 이외에는 기본구조와 적용대상이 같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투자·임금증가 등 환류대상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면 과세한다는 점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재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3년간 한시적 도입이라고 했을 땐 '일시적이겠거니' 하고 넘어갔지만 해당 제도를 연장한다고 하니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명백한 이중과세"라며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매겨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고 기업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매긴다고 해서 돈이 돈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며 "본질적으로 기업의 자발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먼저"라고 일침을 가했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가 국제적 추세에 반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몇 년 새 기업경쟁력 강화와 투자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 및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신설 등은 세계적인 흐름에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세 부담이 늘면 기업의 국내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국외에서 번 소득은 해외에 쌓아두고 현지에 법인세를 내는 회사들이 늘어날 수도 있어 오히려 세수감소와 경제적 효율성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 명예교수는 해당 제도 도입에 대해 "잘못된 제도를 계속 끌고 나가고 있다"며 "이미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이익인 사내유보금에 대해 다시 과세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을 더 내더라도 정부의 요구대로 기업을 경영하며 버틸 수밖에 없다"며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이중과세라는 것과, 기업의 소득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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