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올해 FA 시장은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지금까지 계약 소식을 알린 대어급 FA 선수들은 대박 계약 소식을 전했다.

황재균이 kt와 88억원에 계약했고, 강민호가 80억원을 받고 삼성으로 이적했다. 손아섭은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 대우를 받으며 98억원에 잔류했고, 민병헌이 80억원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마지막 남은 FA 대어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잔류 의지가 있어 좀더 두고봐야 하지만 국내 유턴할 경우 그 누구 못지않은 대형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FA 선수들은? 이번 FA 시장에 나온 선수는 해외 유턴파 황재균 김현수를 빼고도 18명이나 된다. 그 가운데 계약이 성사된 FA는 강민호 손아섭 민병헌을 제외하면 문규현(롯데 잔류, 2+1년 10억원), 권오준(삼성 잔류, 2년 6억원) 둘뿐이다. 아직 13명의 FA 미계약자가 남았다.

이들 가운데는 '중형' FA도 있고, '소형' FA도 있다. 당사자는 이런 분류가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대체적인 시장 평가가 그렇다는 말이다.

좀 떴다 싶은 스타급 FA들이 80~100억원의 거액 계약을 했다. '중소형' FA들은 어떨까. 추워지는 날씨만큼 '찬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 FA 시장에 나와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손시헌(NC)-최준석(롯데)-정의윤(SK). /사진=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남아있는 미계약 FA들의 면면을 보자. 손시헌 이종욱(이상 NC) 정근우 박정진(이상 한화) 김주찬(KIA) 최준석(롯데) 이대형(kt) 등은 두번째 FA 자격을 획득했다. 그 외 정의윤(SK) 채태인(넥센) 안영명(한화) 지석훈(NC) 이우민(롯데) 김승회(두산)는 처음 FA 신청을 했다.

대부분 어느 팀에 가든 주전이 가능한 베테랑 선수들이다. 하지만 소위 대박 계약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두번째 FA 자격을 갖춘 선수들은 아무래도 전성기를 지난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처음 FA 시장에 나선 선수들은 지명도 면에서 고액 계약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원소속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 눈여겨봤거나 필요한 전력이라는 평가를 한 FA라도 선뜻 손을 내밀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외부 FA 영입의 경우 '보상'으로 적잖은 출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팀 소속 FA를 데려오면 직전 연도 연봉의 300%를 지급하거나, 연봉의 200%+20인 보호선수 외 1명의 선수를 보상해줘야 한다. 대부분의 구단이 선수 보상을 원한다. 당장 팀에 필요한 외부 FA라 해도, 팀 전력을 확실하게 끌어올리거나 흥행 보장이 되는 스타급 선수가 아니라면 영입을 꺼리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FA 시장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디어나 팬들의 관심도 대형 FA 계약에 쏠리다 보니 '중소형' FA 선수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번에 FA 계약을 한 '중소형' 선수 문규현과 권오준의 사례를 보자. 둘은 2년 계약(문규현은 +1년의 옵션이 있긴 하지만)으로 대형 FA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4년 계약보다 기간이 적고 연봉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문규현과 권오준 모두 원소속팀과 계약을 했다는 사실이다. 즉, '자유계약'이라는 허울만 있지 다른 팀으로 옮길 '권리'가 보상이라는 걸림돌로 인해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빈익빈' FA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다.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그 정도가 심해지다 보니 매번 'FA 등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급 선수들이 대박 계약을 하는 것이야 프로 스포츠의 특성상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평생 한두 번밖에 찾아오지 않는 FA 권리를 행사하고서도 보상 문제가 걸림돌이 돼 자신을 원하는 팀이 있어도 쉽게 계약하지 못하고, 원소속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중소형' FA들에게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FA 등급제이다.

하지만 FA 등급제는 필요성에 대한 인식만 있을 뿐 KBO도 구단도 제도 도입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다. 구단 입장에서는 등급제 도입이 가져올 전체적인 몸값 상승 등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이다. KBO도 등급제를 실시할 경우 선수들의 등급 자체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 것인지 애매한 측면이 있는 등 제도 마련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드러난 부작용이 있으면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옳다. FA 제도가 생겨나고, 2차 드래프트 등을 실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프로야구의 근간인 선수 자원에 한계가 있는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FA를 통한 활발한 선수 이동은 리그 전체의 균형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다. FA 등급제 도입을 위해 프로야구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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