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폭로자 고영태씨 증인 불참
항소심, 유무죄 가를 '한방' 없어 우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정농단 폭로자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공판에 불참했다. 당초 고씨는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29일 공판에서 재판부는 "고영태 증인이 못 나오겠다는 취지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오전에 고영태 증인으로부터 불출석하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장시호 증인에 이어 원만한 진행이 안돼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특검은 "어제까지만 해도 나오겠다고 했는데 최근 발생한 정유라 피습 사건과 관련, 노모가 강력히 반대를 하는 등 가족들의 만류 때문에 도저히 못 나오겠다고 했다"며 "그럴 리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다음 기일에도 불출석 한다면 증인 철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오른쪽)가 지난해 12월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재판부는 장시호씨와 고씨가 재판에 불출석해 재판이 미뤄진 것을 언급하면서 "최서원과 박근혜 대통령 소환 날짜도 조금씩 밀리게 된다"며 "두 사람의 출석여부는 불분명하지만 그 기간이 끝난 후 최후 변론절차를 거치면 12월 말에는 (재판이) 끝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 종결 후에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많이 확보하게 해주시는 게 충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판부 언급대로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은 이르면 12월 말 마무리 될 예정이다. 다만 최서원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에 불출석할 경우 유·무죄를 가를 '한방'이 없어 '반쪽자리'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항소심 공판…이재용 부회장 유무죄 가릴 수 있을까

항소심 공판 전, 법조계 관계자들은 "항소심은 1심과 달라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유죄'를 입증하기 힘들다"고 진단한 바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뇌물죄를 증명하려면 '명확한 물증'이 있어야 한다"며 "특검이 오랜 시간 철저히 조사했음에도 나오지 않은 '물증'이 새로 나올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언급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도 "항소심은 1심과 달라 정확한 증거 없이 '뇌물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며 "정황 상 '묵시적 청탁'이라는 애매한 말로 '유죄'를 입증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특검은 공소장을 변경, 1심에서 적용받은 '제3자 뇌물공여 혐의'에 '단순 뇌물혐의' 의혹을 추가했다.

특검은 지난 16일 "삼성이 재단 설립 출연금을 박근혜 전 대통령 대신 부담했다면 직접 뇌물 공여에 해당할 수도 있는 것으로 봤다"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수락했다.

앞서 원심 재판부는 정유라 승마 지원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재단 지원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요청대로 출연금 후원에 수동적으로 임했다는 점, 정부의 강압적 요청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제 3자 뇌물공여죄는 '대가성'뿐 아니라 '부정한 청탁'의 사실까지 입증돼야 그 죄가 인정된다. 반면 직접 뇌물공여죄는 공무원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만 입증하면 유죄가 인정돼 비교적 수월하다.

특검의 공소장 변경 요청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검이 제3자 뇌물공여 입증이 어려워지자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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