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자원재배치의 과정, 경제주체 손발 묶으며 혁신 말하는 건 어불성설
분단 국가는 경제학자들에게 매우 좋은 연구대상이다. 출발선은 비슷한데, 수십년 간 다른 경제시스템을 작동시킨 결과 전혀 다른 경제성과물을 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통일 되기 이전의 동독과 서독, 광복 이후 갈라진 북한과 남한, 개혁개방 이전의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이 있다. 알다시피 시장경제를 선택한 서독 남한 대만은 잘 살게 되었고, 계획경제를 선택한 동독 북한 중화인민공화국의 경제는 엉망이 됐다. 정부가 잘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계획경제,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제가 엉망진창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의 성장은 '자원의 재배치 과정(resources reallocation process)'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재배치시킬 때 성장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류는 오랫동안 수렵채집에 의존해 살다가 농업혁명을 이뤄내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농업혁명이란 땅이란 자원을 그냥 두는 게 아니라 농경지로 재배치함을 의미했다. 지구상에서 석탄과 석유라는 자원은 늘 있었다. 그러한 석탄과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재배치할 때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인류는 급격하게 부를 늘릴 수 있었다.

자원의 재배치는 누가 잘 할까. 그건 시장이 제일 잘한다. 과거 소련의 경제계획국은 무려 50만 명의 우수인력이 나서서 각종 가격조정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결국 시장경제가 계획경제보다 비교할 수 없이 대단한 성과를 낸 것은 경제주체들에게 자유를 줘 이들이 자원재배치를 마음껏 할 수 있게 한 덕분이다.

경제활동에 필요한 자원으로는 흔히 사람 기술 자본 등이 꼽힌다. 경제주체 특히 기업들은 자본과 사람 기술을 가장 효율적인 곳에 투입해 상품을 생산해낸다.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에 가보면 매일 약 700개의 신상품, 연간 20만 개가 훨씬 넘는 신상품이 들어온다. 이는 기업들이 끊임없이 자원을 재배치해 혁신을 이뤄내기 때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당·정·청·위원회 인사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는 혁신성장의 방향과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제고하고 추진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사진=청와대

문제는 경제주체들이 자원 재배치를 하는 데 장애물이 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법과 제도이다. 어떤 제품은 인기가 떨어지고 신제품 인기가 높아질 경우 당연히 사람을 신제품 라인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걸 막으면 어떻게 될까. (현대차가 여기에 해당한다) 한 기업이 옷을 생산하다가 도저히 단가가 맞지 않아 업종을 바꿔야 하는데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어 계속 임금을 줘야 한다면 해당 기업은 어떻게 될까.

선진국들이 모두 도입했던 노동개혁은 '사람의 재배치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사람도 자원이다. 혁신의 사례로 신기술 도입을 들수 있는데 신기술 도입을 막는 법이 있다면 혁신은 일어나기 어렵다. (드론 규제 등) 새로운 공장을 지어야 하는 데 자본 투입요건을 이리저리 복잡하게 막아 놓으면 투자하려는 사람들의 의욕이 꺾이게 된다. 그래서 '자원 재배치'를 막는 정부는 참으로 나쁜 정부이며, 성장을 가로막는 바보 정부가 되는 것이다.

경제 주체는 법적 규제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법과 제도, 경제 규제 수준은 국가와 국민이 얼마나 부유해질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 네덜란드의 에라스뮈스대학과 로테르담 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성공적 혁신에서 기술 혁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25%이고, 사회혁신(법과 제도) 비율은 75%를 담당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간단히 말하면, 각 개인에게 경제적 자유를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정부의 수준이 그 사회의 경제적 결과를 결정 짓는다는 것이다. 규제가 거의 없는 국가가 부유해지고, 규제가 많은 나라 특히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하려는 사회주의 국가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신산업, 신기술에 대한 규제 혁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렇게 혁신성장을 외치면서도 '성장에 필요한 자원재배치의 자유'를 높이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이 모두 도입하는 사람의 재배치 즉 노동개혁은 아예 문재인 정부에서 금기어가 됐다. 기업들이 자원과 기술을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규제프리존법'은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다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자본이라는 자원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선진국들은 법인세 인하기조로 가는데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리려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외치는 날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민노총 소속 건설노조는 1시간 이상 마포대교 남단의 도로를 점거했다.

혁신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원재배치의 자유'에 대해서는 손발을 꽁꽁 묶으면서 혁신성장을 강력히 외치는 모순을 어떻게 봐야 할까? 자원재배치의 통로가 막히면 기업은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기 어렵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경제 성장의 기본 법칙과 전혀 반대로 가는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일자리 창출'이며, 이러한 정부 정책이 잘 됐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고 있는 것일까?

역사는 '말의 성찬'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의 결과물'을 기대한다. 28일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는 전략이 아니라 말의 성찬만 참으로 화려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필재 정치평론가
[김필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