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통구조 투명성 확보·가격 인하"
이통3사·LG전자 찬성 vs 삼성전자 반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회가 통신비 인하를 위해 '단말기 분리공시제' 카드를 꺼내 들자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업계가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분리공시제는 고객에게 지급되는 단말기 지원금 중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재원을 구분하는 제도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9일 지원금 분리공시제를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을 언급했다. 여야는 "사회적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완전자급제와 분리공시제를 함께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 한 소비자가 KT, SKT, LGU+의 간판을 올려다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는 '분리공시제' 도입으로 유통구조가 투명해지고 통신비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단말기 지원금 중 제조사가 이통사를 통해 지급하는 장려금과 유통대리점에 직접 주는 장려금의 세부내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단말기 구매 시 지원되는 지원금은 이통3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지급하는 금액이 합산돼 표시된다. 정부는 이를 이통사가 지급하는 지원금과 제조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분리해 표시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통신업계·LG전자 "찬성" vs 삼성전자 "반대"

지난 6월 과방위 소속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통3사와 LG전자는 분리공시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삼성전자는 해당 제도에 대해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은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위해 장려금의 편법적 활용을 통한 이용자 차별 금지, 시장 과열 방지를 위한 제도를 선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리공시 도입 시 출고가 인하 유인은 감소하고 지원금 위주의 투명한 경쟁보다 이용자 차별을 야기하는 판매 장려금 중심의 경쟁이 촉발되는 문제 발생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먼저 도입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조건부 찬성에 동의했다.

KT도 "제조사 장려금을 재원으로 하는 이통사 장려금 상한 설정, 제조사 자료 제출 의무 강화 등 선결 요건이 충족될 경우 분리공시 도입에 찬성한다"며 '조건부 찬성'의 입장을 전달했다.

LG유플러스도 조건부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소비자로 하여금 단말기 출고가 인하여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이 가능하고, 재원 주체에 따른 투명성을 제고하며, 출고가 인하 등의 경쟁이 유발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지원금 분리공시 운영과 안착을 위해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말기 제조사인 LG전자 역시 '조건부 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LG전자는 "해외 이통사와의 협상과정에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시장혼탁을 막고 가계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조사가 부담하는 공시 지원금 외에 이통사 유통망을 보조하는 장려금에 대해서도 이통사와 제조사의 기여분을 명확하게 분리하여 공시하도록 제도 완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소비자들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이용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반면 삼성전자는 소신있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삼성전자는 "현행 공시제도로도 소비자는 지원금 혜택을 알 수 있다"며 "단말기 가격은 제품의 성능, 디자인, 수요와 공급 등 시장 상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분리공시가 된다고 해서 단말기 가격이 인하되는 것은 아니며, 국내 제조사의 글로벌 경쟁력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갤럭시노트8 출시간담회에서는 "정부가 분리공시제를 시행한다면 삼성전자도 따르겠다"며 한발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분리공시를 해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리공시제 도입 수용에도 실효성 의문

통신업계는 "분리공시제를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단말기 출고가 인하효과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졌다. 공시지원금을 줄이고 제조사가 유통망에 주는 장려금을 늘리게 되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될 경우, 해당 제도가 국내에만 존재하는 점도 걱정거리로 꼽혔다. 제조사 입장에선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서비스 시장의 경우 국내 시장이기 때문에 분리공시제가 도입 돼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단말기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단말기 제조사의 원가정보 등이 알려지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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