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한 일본, 미국 뛰어넘은 중국…한국은 여전히 '규제천지'
핀테크 산업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명실상부한 ‘화두’로 급부상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한국의 경우 오히려 정부와 금융당국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에 미디어펜은 3회에 걸쳐 국내 핀테크 산업의 문제점을 각종 국내외 사례와 견주어보고, 건전한 비판과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MP기획-핀테크, 정부가 걸림돌 치워야①]한국 기어갈 때 일본‧중국 날아간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2017년은 한국 금융 산업의 고정관념이 산산조각 난 원년으로 기록될 겁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

작년까지만 해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여론은 반신반의(半信半疑)였다. 은행이 온라인상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이 기존의 ‘은행앱’과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도 많았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등으로 점철된 번거로운 장벽들이 과연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다를까 싶은 견해도 적지 않았다.

   
▲ 사진=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지난 7월, 케이뱅크에 이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하자 판도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의 검색어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 

순식간에 통장개설과 계좌이체가 되는 편리함은 금융을 어렵고 따분한 것으로만 생각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순식간에 약 500만명(케이뱅크 59만명, 카카오뱅크 435만명)의 금융소비자를 끌어당기며 기존 은행들을 긴장시켰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기존 5대 은행들은 부랴부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장점을 자사 어플리케이션에 ‘이식’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즉시이체’ 기능 등 사용 편리성이 증대되는 결과가 뒤따랐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자극제가 국내 금융계에 일대 혁신을 주도한 셈이다.

'태풍' 주인공 카카오뱅크,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돌풍을 일으킨 카카오뱅크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해 3분기 내내 ‘태풍’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분기 실적은 여전히 적자였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30일 공시한 ‘2017년 3분기 한국카카오은행 현황’을 보면 카카오뱅크는 3분기까지 123억원의 이자수익을 내는 등 총 1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판매비와 관리비로 442억원을 썼고 수수료비용(221억원), 대출채권평가 및 처분손실(90억원), 이자비용(44억원) 등을 합한 영업비용은 841억원이 들어 총 6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가 호실적을 기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금융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정작 정부와 금융당국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현실 또한 녹록치 않다. 돌이켜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여론이 조성되고 인가를 내고 영업을 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장애물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은행법 개정한 일본, 미국 뛰어넘은 중국

해외사례의 경우는 어떨까. 적어도 금융 선진국들은 정부가 핀테크 산업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은행법까지 개정해 가며 금융기관의 핀테크 기업 투자를 용이하게 해주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 오픈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공개된 자료를 앱이나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응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했다. 

한국도 작년 ‘금융권 공동 오픈 플랫폼’을 개통했지만 은행법을 포함한 법규들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에게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산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호응을 얻어내기까지도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른다”면서 “아직도 핀테크 산업을 ‘잠재적인 가해자’로 바라보는 관점이 적지 않아 진행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명목상 공산주의를 추구하는 중국의 핀테크 발전속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미 알리바바는 ‘동양의 아마존’으로서의 위력을 과시하며 핀테크 산업의 선두에 등극했다. 이미 스마트폰 알리바바 앱에서는 무궁무진한 상품들에 대한 구매가 가능한 상태다. 

앱 설정에 들어가면 영어와 한국어를 포함한 16개 외국어도 지원된다. 2012년 95만 명에서 올해 7월 1억 명을 돌파한 알리바바 해외 이용자의 증가속도를 보더라도 중국 핀테크 산업의 발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은 “중국의 핀테크 시장 규모는 이미 미국을 뛰어넘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여전히 액티브X와 각종 법률규제의 벽에 갇혀 있는 국내 핀테크 산업의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어찌 보면 카카오뱅크의 서비스가 ‘돌풍’으로 인식되는 자체가 열악한 국내 핀테크 산업의 현실을 방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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