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를 위한 해체'공간...모든 벽은 화이트보드로, 파티션도 없애 열린 커뮤니케이션 지향 
   
▲ 서울 잠실에 위치한 쿠팡 사옥 내부./사진=쿠팡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직원들은 꼭 책상에서 일하지 않아도 됩니다. 휴게실에서 노트북으로 일해도 되고, 한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셔도 되고 게임을 해도 아무도 관여하지 않습니다. 쉬면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길 수도 있고 동료들과 잡담을 하면서 엄청난 아이디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4일 찾아간 서울 잠실의 쿠팡 신사옥 내부는 기존 사무 공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IT기업들이 으레 자유스럽게 일을 한다지만, 쿠팡은 이보다 더 진일보해 보였다. 

직원들은 업무시간에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있고 한강을 바라보며 혼자 '멍 때리기'를 하는 직원도 있었다. 테이블 위에 발을 올리고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직원도 눈에 들어왔다. 업무시간에 일은 하지 않고 이렇게 놀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쿠팡은 이 모든 것을 '창조를 위한 해체'라고 보고 있었다.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유와 여유를 줄 때 창조와 혁신적인 것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연한 잡담에서 엄청난 아이디어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든 공간 벽에는 그림이나 책 대신 화이트보드...언제든지 회의하고 메모

모든 사무 공간의 벽에는 화이트보드가 있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할 수 있고 직원들과 즉석에서 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 책상에 파티션이 없는 것은 기본이다. 

쿠팡은 잠실 현대해상건물 '타워 730'의 27층 중 8층부터 26층까지 사용하고 있다. 과거 삼성동 사옥 대비 2.2배 커진 규모라고 쿠팡 측은 전했다. 
   
▲ 쿠팡 직원들이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쿠팡
초반 수십 명에 불과했던 직원들이 어느새 2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쿠팡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무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이전 배경을 설명했다. 

일반적인 기업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리셉션이나 기업 로고가 걸린 '벽'이 업무공간과 엘리베이터 공간을 분리한다. 쿠팡에서는 달랐다. TV 두 대가 놓인 휴게 공간이 이 자리를 차지했다. 소파와 테이블을 두고, 커피를 마시며 간식을 즐기는 직원들이 이 자리를 삼삼오오 채웠다. 

TV에서는 쿠팡의 '리더십 원칙'이 반복해서 상영됐다. "고객을 깜짝 놀라게 만들자(Wow the Customer)", "우선순위는 가차 없이(Ruthless Prioritization)" 등의 내용을 담은 15개 원칙이다. 쿠팡은 이곳을 '오픈라운지'라고 부른다. 
 
쿠팡은 직원들이 회의하고 화장실에 가고 휴게실에 가는 모든 것을 '커뮤니케이션화'하려고 했다. 

그래서 사무실 공간 곳곳에는 화이트보드가 있고 거기에 도표와 글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일반 사무실 벽에는 그림이나 책 등이 꽂혀 있는 경우가 많다. 

쿠팡은 "직원들 사이의 우연한 만남이 예기치 못한 아이디어로 발전한다고 볼 수 있으며 오픈라운지는 이런 우연한 만남을 위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엘리베이터 통로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창조를 위한 해체'공간...로켓배송과 로켓페이 탄생도 직원들의 아이디어

차 한 잔 마시러, 잠깐 휴식하러 오가는 과정에서 매일 수십 명 이상의 동료들과 서로 마주치고 인사하게 된다. 실제로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과 로켓페이도 이렇게 탄생했다.

열린 커뮤니케이션의 또 다른 특징은 작업 공간이다. 쿠팡 직원들은 칸막이 없이 뻥 뚫린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하지만 열린 공간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쿠팡은 카페에도 의자를 마련해 뒀고, 회의실도 층마다 15개 이상씩 구비했다. 두 명이 미팅할 수 있는 작은 공간부터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강연장 겸 회의실까지 다양하다. 특히 카페와 오픈라운지 등 앉을 수 있는 모든 곳에는 노트북 전원을 연결할 수 있는 콘센트가 설치돼 있다. 편한 곳에서 분위기를 바꿔가며 일하면 능률이 높아지는 직원들을 위한 배려라고 쿠팡 측은 설명했다. 
   
▲ 쿠팡 직원들이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쿠팡
쿠팡 사옥은 잠실대교가 있는 한강을 바라보기 때문에 전망이 좋다. 그런데 이 공간은 모두 직원들과 대형 회의실에 배정됐다. 김범석 대표의 자리는 가장 남쪽에 있다. 본인이 직접 "직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장소의 조망이 가장 좋아야 한다"는 이유에서 남쪽을 택했다고 쿠팡측은 전했다. 김 대표는 26층에서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을 쓰고 있다.

김범석 대표 직원들에 한강 조망 사무공간 양보

그래서 쿠팡에서는 직원들이 고층 회의실에서 가장 좋은 한강의 조망을 내다보며 일한다. 원하는 직원에게는 스탠딩 데스크를 제공해 건강도 챙기도록 배려했다. 
 
각 층마다 있는 대형 회의실은 75인치 급 대형 화상회의 설비를 갖춘 화상회의실이다. 쿠팡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베이징, 상하이에도 오피스를 갖고 있다. 사옥 각 층마다 최소 두 곳 이상 설치된 화상 회의실은 공간적으로 떨어진 글로벌 오피스 직원들과 마치 옆에서 함께 근무하듯 느끼도록 돕는 중요한 설비다. 

쿠팡 사옥에는 직원들끼리 편하게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눌 공간이 가득했고, 방해받지 않고 업무 통화를 할 수 있는 통화전용룸, 벽면을 가득 채운 화이트보드와 테이블마다 놓인 콘센트 등 업무를 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쿠팡 사옥에는 다른 스타트업들이 사옥을 자랑하면서 흔히 내세우는 미끄럼틀이나 비디오 게임기, 마사지 의자 같은 설비는 없었다. 하지만 직원의 하루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 속에서 업무상 불편이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며 개인과 회사의 성장을 돕는 설비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 쿠팡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쿠팡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