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프로야구도 취업난 시대를 맞이한 것인가. 구단별 방출 선수는 대거 쏟아져 나왔는데 이렇다 할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지난 11월 30일, 10개 구단은 저마다 2018년도 보류선수 명단(팀당 최대 65명)을 공시했다. 이 보류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선수는 자유로운 신분이 됐다. 어느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속팀을 잃어버리고 풀려난 선수들 처지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상 방출된 신세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진 선수는 79명에 이른다. 외국인선수 11명을 빼면 국내선수는 68명이다. 이 가운데는 이승엽, 이호준처럼 은퇴한 선수도 있고, 다른 이유로 현역 생활을 마감하거나 팀과 결별한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선수들은 계속 뛰고 싶어하고 어느 팀이든 불러주기를 기다린다. 즉, 재취업 전선에 뛰어든 선수들이다.

   
▲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새 팀을 찾아야 하는 LG 정성훈(위)과 NC 김종호, 조영훈. /사진=LG 트윈스, NC 다이노스


방출된 선수들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LG 정성훈이다. 베테랑으로 올 시즌에도 1군 무대를 누볐고 성적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팀의 세대교체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NC에서는 도루왕까지 했던 김종호와 좌타자로 쓰임새가 있었던 조영훈이 방출됐다. 두산 투수 안규영과 진야곱, 롯데 내야수 박종윤과 베테랑 좌완 강영식, 삼성의 만년 기대주 우동균과 나성용도 보류선수 명단에 들지 못했다.  

예년 같았으면 좋은 대우를 받지는 못해도 재취업이 가능했을 자원들이지만 아직 새 팀을 찾지 못했다. 각 구단들이 전반적으로 몸집 줄이기에만 신경을 쓰는 분위기여서 이들에게로 시선을 잘 보내지 않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방출의 아픔을 겪고도 다른 팀의 부름을 받아 재기에 성공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김승회(SK→두산), 김태완(한화→넥센), 김지성(LG→KIA), 최영진(두산→삼성) 등이 재취업을 통해 현역 연장을 했다. 김승회는 이번에 FA 자격을 얻었고, 김태완 김지성 최영진은 내년 보류선수 명단에 들어 계속 뛰게 된다. 

이름이 비교적 덜 알려진 젊은 선수들 가운데 '제2의 최형우, 서건창'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잘 알려진 대로 최형우와 서건창은 방출의 아픔을 딛고 개인적 노력으로 복귀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각 구단들이 아직도 한참 진행 중인 FA 계약, 외국인선수 구성 등을 고민하느라 방출선수들로 전력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생각을 본격적으로 할 시점은 아니다. 앞으로 몇몇 선수들은 새 둥지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영입하거나 재계약하는 대형 FA들과 달리, 방출의 쓴맛을 본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다. 취업 시장에 내몰린 선수들에게 차가워지는 날씨가 더욱 춥게 느껴질 2017년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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