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그간의 예상을 깨고 “연임하지 않겠다”고 발언해 그 맥락과 파장에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 최근 나온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황 회장의 심경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추측도 무게를 얻고 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이 과연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시장 전반의 예측을 깨고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협회장 자리에서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황 협회장은 지난 4일 금투협 내부 게시판에 ‘재출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아울러 이날 저녁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연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할 경우 황 회장은 내년 2월까지만 금투협회장 임무를 수행하고 퇴임하게 된다.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사진=금융투자협회


황 회장은 자신이 쓴 글과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이번 정부에 대한 그의 생각을 상당히 진솔하게 드러냈다. 그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회원사도 많다는 점을 확인해 연임을 포기했다”면서 “특히 시대적 분위기와 맞아야 하는데 (현 정부) 정책을 보면 제 생각과 다른 경우가 있고 건의를 해도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임기 수행 중 이뤄낸 업적에 대해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 회고했다. 황 회장은 “자본시장법 통과로 증권사의 기업신용한도가 200%까지 늘어났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신용한도 확장이) 나쁜 짓도 아니고 여러 통제장치가 있는데도 고생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과의 의견 조율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뉘앙스다.

1975년 삼성물산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황영기 회장은 삼성전자·삼성생명을 거쳐 2001년 삼성증권 사장에 오르며 명실 공히 금융투자업계의 주요 인물이 됐다.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2008년에는 KB금융지주 회장을 맡았으며 2015년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 여러 현안을 추진해 왔지만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논쟁을 통해 은행연합회와는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기도 했다. 비록 새 정부 들어 금융정책의 기류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황 회장과 같은 인물이 계속 협회장으로 남아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 이변이 없는 한 연임에 성공하리라 보는 시선이 많았던 이유도 그래서다.

모두의 예측을 깨고 연임 포기의사를 밝힌 황 회장의 심경에 대해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연관 짓는 시선도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브리핑 자리에서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출신 회사로부터)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러한 방식의 인사가) 나타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현직 금융위원장이 금융기업들을 대표하는 민간단체 수장의 인사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도 역력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새 정부가 금융업계를 지나치게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팽배한 상황이었다”고 전제하면서 “금융당국의 수장이 민간 이익단체 협회장을 ‘저격’하는 행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금투협은 내주 중 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결의를 하고 오는 20일을 전후로 차기 회장 공모에 돌입한다. 공모 마감 후 회추위가 후보자를 3~4명 수준으로 압축하면 1월말 임시총회가 새 협회장을 선출한다. 차기 회장의 임기는 황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2월 4일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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