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에서 한국이 F조에 속한 것을 반기는 나라들이 있다. 당연히 같은 조에 속한 독일 스웨덴 멕시코다.

조 추첨 결과가 나온 후 F조에 편성된 국가들의 현지 반응은 대체로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을 제외한 3개 팀이 모두 한국을 '1승 제물'로 꼽은 것이다. 현지 축구팬들은 대놓고 그런 반응을 보였고, 언론들 역시 가장 만만한 상대로 한국을 지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의 조별리그 첫 상대인 스웨덴 언론들은 "한국은 우리가 월드컵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팀"이라고 일제히 평했다. 스웨덴 대표팀 주장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FC 크라스노다르)는 "첫 상대가 독일이 아닌 한국이란 건 행운"이라면서 예선리그 첫 경기에서 1승을 먼저 하고 들어갈 것을 자신했다.

한국과 2차전을 치르는 멕시코 역시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된 것을 반겼다. 멕시코 매체들은 1998 프랑스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한국에 3-1로 이겼던 전적을 소개하며 한국을 손쉬운 상대로 여기는 분위기. 프랑스 월드컵 당시 대표선수로 뛰었던 콰우테모크 블랑코는 "한국은 20년 전 멕시코 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줬던 팀"이라고 기분 좋았던 기억을 꺼냈다.

한국의 조별 리그 마지막 상대인 독일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이자 현 FIFA 세계랭킹 1위 독일에게 한국이 걸림돌이나 복병으로 여겨질 리가 없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한국전 예상보다는 "신태용 감독은 뢰브(독일 대표팀 감독)와 유사한 헤어 및 패션 스타일을 보이지만 둘의 커리어는 닮지 않았다. 엄청난 성과를 낸 뢰브와 달리 신태용은 경험이 부족하다"며 양 팀 감독의 명성과 경력 차이로 독일과 한국 축구의 위상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국으로서는 이런 조별리그 경쟁국들의 평가가 거북하긴 하지만 반박하거나 억울해할 이유는 없다. FIFA 랭킹이 워낙 차이가 나고 객관적 전력에서도 한국이 조 최약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예선리그에서 만날 팀들이 우리를 얕잡아 보는 것이 오히려 대회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는 편할 수도 있다. 이들 세 팀은 한국을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상대와 만났을 때보다 더욱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상대적 약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철저한 수비로 상대의 조바심을 유도하면서 역습 기회를 살리는 전략을 가다듬으면 된다. 속된 말로 '져도 본전'이니 부담감 없이 나서면 되고, '공은 둥글다'고 했으니 이변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마음가짐만 다지면 된다.

상대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얼마나 얕잡아 보는지 신경 쓰기보다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을 잘 준비하는 것이 월드컵 개막까지 신태용호가 할 일이다.

이용표 해설위원은 이번 조편성 결과를 본 후 언론 인터뷰에서 독일과 같은 확실한 강팀과 한 조에 속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분석을 했다. 독일이 세 팀을 모두 이겨줄 것이란 가정 하에, 우리는 스웨덴 멕시코전에 집중하면서 '지지 않는' 경기를 하다 보면 의외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본선에서 만날 상대팀들이 한국 축구를 얕잡아 보는 시선에 통쾌한 한 방을 날려줄 수 있느냐는 순전히 우리 대표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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