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에 나온 선수들은 많은데 계약서에 사인을 한 선수는 많지 않다.

이번 시즌 후 FA 자격 요건을 채우고 취득 신청을 한 선수는 18명(해외 복귀파 황재균 김현수 제외)이나 된다. 그 가운데 계약한 선수는 5명뿐이다. 손아섭 문규현(이상 롯데) 권오준(삼성)이 소속팀에 잔류했고, 강민호(롯데→삼성) 민병헌(두산→롯데)은 FA 이적을 했다. 

예년에 비해 각 팀들이 FA 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손아섭 강민호 민병헌 정도가 영입 경쟁에 올라 대박 계약을 했고, 아직 계약하지 못한 선수들의 경우 기대했던 만큼의 조건을 제시받지 못했거나 아예 외면을 당해 계약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FA 자격을 두번째 취득한 베테랑 선수들의 행보가 무겁다. 18명의 FA 가운데 FA 재자격자는 8명이다. KIA 김주찬, 롯데 강민호 최준석, NC 손시헌 이종욱, 한화 정근우 박정진, kt 이대형이다.

   
▲ 두번째 FA 자격을 취득해 계약 협상 중인 김주찬, 정근우. /사진=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명단만 봐도 알 수 있듯 각 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핵심 자원들이다. 소속팀에서도 필요하고 다른 팀에서 욕심내도 이상할 것 없는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8명 가운데 계약자는 강민호가 유일하다. 강민호는 롯데가 붙잡고 싶어 했지만 삼성으로 이적했고 4년간 80억원의 거액을 챙겼다. 나머지 선수들은 소속팀과 협상 중이거나, 다른 팀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미계약자들의 사정은 각자 다르다. 김주찬 정근우 손시헌 이종욱 정근우 박정진은 소속팀 잔류를 염두에 두고 협상하고 있다. 계약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선수와 구단간 조건이 맞지 않아서다. 금액을 놓고 이견도 있겠지만, 두번째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들인 만큼 적잖은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즉, 될수록 장기 계약을 하고 싶어하는 선수들의 바람을 구단이 어느 정도 들어줄 지가 문제다.

최준석과 이대형의 경우 원 소속팀과 계약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롯데와 kt는 최준석, 이대형이 다른 팀과 계약할 경우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둘은 소속팀의 제안이 흡족하지 않아 새 팀을 찾고 싶어하고, FA 이적의 경우 보상선수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도록 팀에서 배려를 해줬다.  

이런 현재 상황을 보면 강민호처럼 두번째 FA 자격을 얻고도 고액 계약을 이끌어내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강민호는 FA 재취득을 했으면서도 32살로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고 제기량을 유지하는데다 귀한 포수 자원이라는 덕을 봤다.

정근우와 김주찬, 이종욱을 보자. 정근우는 4년 전 SK에서 한화로 FA 이적하며 70억원의 거액을 받았다. 김주찬은 5년 전 처음 FA가 됐을 때 50억원을 받고 롯데에서 KIA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이종욱도 4년 전 50억원에 두산에서 NC로 이적했다. 이들은 모두 국가대표 경력의 스타들이었고 FA가 됐을 때 한참 전성기 기량을 뽐내 각 팀들의 영입 타깃이었다. 당연히 좋은 대우를 받았다.

이들로서는 이번 두번째 FA에서 이전과 같은 계약을 기대하기 힘들다. 여전히 팀에 필요한 자원들이지만 흘러간 세월의 무게에 가치가 떨어진 것을 부인할 수 없다.

KBO리그에서 FA 자격을 얻기가 쉽지는 않다. 출장 경기수(타자)나 규정이닝(투수)에서 ⅔이상을 채운 시즌이 9시즌(대졸 선수는 8시즌)이 돼야 FA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첫 FA 자격을 행사한 후 재취득을 하려면 4시즌을 더 뛰어야 한다.

한 번의 FA 자격을 제대로 행사하기도 힘든데, 두번씩 FA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일찍부터 주전으로 자리잡아 꾸준히 활약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훈장과도 같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현실은 이처럼 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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