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하나금융투자가 1조원 이상의 증자를 검토하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 시장에 출사표를 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당기순이익 등 올해 실적이 뒷받침 될 경우 대형사들이 군웅할거 하고 있는 초대형 IB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이 증권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에 1조원 이상의 증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에 집중된 경쟁력을 만회하는 것은 물론 초대형 IB 경쟁에도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말 기준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1조 9542억원 수준이다. 약 2조원이라고 했을 때 1조원 정도의 자본이 추가될 경우 종합금융투자회사가 될 수 있다. 종투사 지정은 기업신용공여 등 새로운 투자금융업무를 수행하는 발판이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초대형 IB로 가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증자에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업계 안팎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6~7%로 가정하고 1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경우 증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까지 하나금투의 누적 순이익은 924억원이다. 4분기에는 IB 부문의 실적 증가가 예상돼 무난하게 1200억원의 목표를 달성해 증자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IB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하나금투의 뒤에는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강조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복안이 숨어 있다. 현재 하나금융 내에서 KEB하나은행의 위상은 약 80%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김 회장은 오는 2025년까지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각화를 적극검토 중이다.

아울러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VIP 점포인 클럽원과 메가점포 등을 출범시키며 자산관리(WM) 분야에 힘을 주고 있다. 필연적으로 하나금투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 초대형 IB를 모멘텀으로 회사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 가지 변수는 김정태 회장과 하나금투 이진국 사장의 임기다. 두 사람은 모두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임기연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비판하는 뉘앙스로 말하는 등 여론이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하나금투의 초대형 IB 진출이라는 이슈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도전을 하려는 것 같다”면서 “금융사들에 대한 금융당국 수장들의 코멘트가 지나치게 날카롭게 들어올 경우 금융권 전반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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