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김기범 한국기업평가 대표 등 거론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저격발언’ 이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연임 포기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협회장 인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수장이 새로운 방식의 관치(官治)에 앞장선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황영기 금투협회장 후임 인선에 대한 업계 관심이 뜨겁다. 무난하게 연임을 하리라 보였던 황 회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지난 4일 금투협 사내 게시판을 통해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해 파장을 남겼다.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사진=금투협


명목상 자진포기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황 회장의 결정은 ‘자의반 타의반’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연임에 관련된 황 회장의 의사는 지난달 2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 이후 급격하게 바뀌었을 거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이날 최 위원장은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 분들이 그룹의 도움을 받아서 계속 회장에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일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 그룹’ ‘회원사’ 등의 단어 뉘앙스를 고려했을 때 최 위원장의 발언에 부합하는 것은 삼성그룹 출신인 황 회장 밖에 없다.

황 회장의 연임포기 의사는 최 위원장의 발언 이후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공식화 됐다. 아울러 황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 정부와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해 불편한 기색을 넌지시 드러냈다.

일단 업계는 후임물색에 나섰다. 지난번에도 회장 선거에 도전했던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김기범 한국기업평가 대표,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현직으로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특히 유 사장의 경우 업계 신임이 높은 인물이라 ‘용단’을 내려 금융협회장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시선이 없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금융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따뜻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최연소‧최장기(11년)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경력을 갖고 있는 유 사장 같은 인물이 전면에 나서준다면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서 도움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이라는 사람(금융위원장)이 민간 이익단체장 인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왈가왈부 하는 자체가 신(新) 관치”라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에만 얼마나 많은 ‘낙하산’이 내려왔는지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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