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유권자, 거시적 차원서 국가비전 후보 택해야
   
▲ 현진권 경제평론가
내년 예산안 국회통과 과정에서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행태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많은 비판과 거부의지를 표방하면서도, 정부 예산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그 과정에서 원내대표의 지역구 예산 211억 원 증액을 댓가로 정부안 통과라는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정부안에 대해 여야당이 협상하는 가운데, 예산 끼워넣기 등 뒷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당 대표라는 핵심인물이 본인의 지역예산 증액 사실이 곧 일반에게 쉽게 알려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치적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정치시장도 경제시장처럼 경제적 유인이 있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정치 수요자는 유권자다. 유권자는 한국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국회의원을 선호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우선 누가 유능한 의원감인지를 파악하는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자질 부족의 국회의원이 선출되어도 그 부담은 모든 국민에게 전가되므로 개인이 부담해야 할 몫은 미미하다. 그래서 유권자는 가장 유능한 국회의원을 선택할 수 없다. 이를 사회적으로는 불합리하지만 유권자 개인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므로,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라고 한다. 

무지 혹은 무관심한 것이 합리적이란 의미다. 그런데 특정 국회의원이 지역구 예산을 왕창 챙겨오면 그 의원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게 된다. 정부예산은 국민 전체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배분되어야 하지만, 이는 이론일 뿐 실제로 지역구 유권자는 지역구 예산을 많이 챙기는 순위에 따라 국회의원에 대한 선호가 결정된다. 

   
▲ 내년 예산안 국회통과 과정에서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행태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많은 비판과 거부의지를 표방하면서도, 정부 예산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그 과정에서 지역구 예산챙기기가 횡행했다. /사진=미디어펜

지역 유권자들의 국회의원 선호도 수준이 합리적 무지를 바탕으로 해서, 지역구 예산챙기는 성과에만 민감하다 보니 지역 국회의원의 최대 관심사는 지역예산 확보다. 그게 국회의원의 정치적 생명을 결정하는 핵심요건이다. 

당 대표라는 1년 짜리 직함에 충실하여 국가전체를 위한 예산안을 챙기는 것보다 향후 4년의 정치생명 연장이 개인적으로 훨씬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자유한국당의 당 대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예산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보다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를 선택한 것은 경제적 합리성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행위다. 

정치시장의 수요자와 공급자는 모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한다. 그러나 이런 선택의 결과가 국가 번영에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분명 정부예산은 국가전체 차원에서 접근해서 배분되어야 하나, 막강한 권력을 가진 소수 정치인이 소속한 지역구를 우선적으로 배분하게 되면, 그만큼 국민 후생은 감소하게 된다. 이는 결국 정치인의 사익추구가 국가의 공익으로 연결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우리의 정치시장은 '정치실패(political failure)'다. 정치실패는 시장경제에서 '시장실패(market failure)'와 같은 개념이다. 이상적인 시장구조 하에선 수요자와 공급자가 사익추구행위가 공익과 일치하면 그때의 자원배분은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선 이런 사익추구와 공익 귀결의 연결고리가 깨어지는 예가 많다. 그래서 정부가 개입해서 메카니즘을 교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정치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시장에서 유권자와 정치인들이 눈앞에 보이는 자신들만의 이익을 바탕으로 정치 선택하는 행위를 비난할 수 없다.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다. 결국은 정치 수요자들이 그들이 선택한 정치인에 따른 장기적인 비용구조를 꾸준히 설명하는 수 밖에 없다.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유능한 국회의원이란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잔챙이 의원이 아니고, 국가번영이란 관점에서 철학있는 의원을 선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을 살리는 길임을 알리는 수 밖에 없다. /현진권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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