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남녀 축구대표팀이 나란히 북한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남북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기 자체만 놓고 봐도 한국 대표팀에게는 매우 중요한 북한전이다.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구 동아시안컵)'에 출전 중인 한국 남녀 대표팀이 2차전에서 각각 북한과 격돌한다. 11일 여자대표팀이 먼저 북한을 만나고, 12일에는 남자대표팀의 북한전이 기다리고 있다.

   
▲ 한국 남녀 축구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앞선 1차전에서 한국 남매 대표팀은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여자대표팀은 8일 일본과 1차전에서 2-3으로 패했고, 남자대표팀은 9일 중국과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여자는 최소 비기기를 바랐던 일본전이었고, 남자의 경우 꼭 이겼어야 할 중국전이었다.

1차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한국대표팀이기에 2차전 북한전에 임하는 각오는 더 단단하다. 하지만 남녀 대표팀의 분위기에는 차이점이 있고, 북한전 전망도 다르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1차전서 일본에 패하긴 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축구팬들의 격려를 많이 받았다. 홈팀 일본을 맞아 선수들은 투지를 발휘했고 경기 내용도 화끈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면서 아쉽게 졌을 뿐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하지만 여자대표팀의 북한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여자축구에서 북한의 국제적 위상은 높고 한국과 비교해 모든 부분이 앞서는 강팀이다. 북한의 FIFA 랭킹은 10위로 15위인 한국보다 위에 랭크돼 있다. 역대 전적에서도 북한이 18전 14승3무1패로 절대 우위를 보였다. 

한국은 2005년 동아시안컵에서 단 한 번 1-0으로 북한을 꺾었을 뿐이다. 한국이 1차전에서 일본에 패한 반면 북한은 난적 중국을 2-0으로 완파했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북한을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지난 4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에서는 1-1 무승부를 거둔 바 있다. 상대를 잘 알고 있는 태극낭자들이 이번 북한전에서 어떤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지도 모른다. 앞선 일본전과 마찬가지로 투지를 앞세워 열심히 뛰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휘두르는 남자 대표팀의 경우 북한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앞선 중국전에서 2-1 역전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하며 패배한 기분이 느껴지는 무승부를 기록했던 대표팀이다. 북한전에서 이겨 승점 3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목표로 한 우승 가능성은 사라지고 일본과의 최종전에 대한 기대감과 사기도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면에서는 한국이 낙승을 거둬야 하는 북한전이다. 한국의 FIFA 랭킹이 많이 떨어져 59위지만 북한은 114위로 한참 아래다.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올랐고 내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15전 6승8무1패로 앞서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만나는 세 팀 가운데 가장 만만한 상대가 북한이라고 할 수 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하지만 한국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 대표팀의 분위기다. 이번 E-1 챔피언십에 출전한 한국은 국내 K리거 위주에 아시아권에서 뛰는 선수들로 대표팀이 구성됐다. 베스트 멤버가 아닌 한국대표팀은 북한을 만나 시원스럽게 이기지 못한 전력이 있다. 특히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은 북한과 3번 맞붙었는데 모두 무승부였다. 2005년 첫 대회에서 0-0, 2008년에는 1-1, 그리고 직전 대회였던 2015년에도 0-0으로 비겼다. 

북한은 철저한 수비 위주 전술을 구사하면서 역습으로 한 방을 노린다. 북한은 1차전에서 일본에 막판 실점하며 0-1로 패했지만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결국 한국이 북한을 이기려면 상대의 철통 수비를 뚫고 골을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은 앞선 중국전에서 김신욱 이재성이 콤비 플레이로 두 골을 합작하며 화력을 뽐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중국전에 나서지 못했던 이근호도 이번에는 출격 준비를 한다. 

무엇보다 신태용호는 월드컵 준비 과정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전마저 고전한다면 축구팬들의 질타를 피할 수 없고,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뛰어야 할 몇몇 대표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좋은 내용으로 북한을 압도하면서 반드시 승리라는 결과물을 얻어내야 하는 남자 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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