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방침' 밝히자 관련주가 폭락…"정부가 가장 큰 거래 리스크"
가상화폐 ‘비트코인’ 관련 뉴스가 매일 같이 보도되며 근래 가장 중요한 경제 키워드가 됐다.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한 논란은 물론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이 가운데 한국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거래의 본질을 ‘투기’로 간주하고 규제에 나섰다. 이에 미디어펜은 3회에 걸쳐 비트코인 관련 국내외의 분위기와 향후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 본다. <편집자주>

[MP기획-비트코인, 규제만이 정답일까②] 가상화폐 '인정'하는 선진국…한국 현실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의도는 좋았지만, 결국 정부규제가 ‘리스크’로 작용한 경우죠.” (금융투자업계 종사자 A씨)

한국 주식시장이 ‘비트코인’으로 출렁이고 있다. 11일 국내 증시에서 비트코인 관련 주식은 줄줄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더 이상 비트코인 투자가 ‘과열’ 양상으로 가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 서울 중구의 한 비트코인 거래소 시세전광판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한 ‘범정부 비트코인 대책팀’을 꾸려 곧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또한 이번 주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규제안을 논의한다. 

이 뉴스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 관련주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었다. SCI평가정보의 경우 지난달 28일부터 주가가 6차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8일을 기해 급락세로 돌아서 오늘까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일진공, 옴니텔, 비덴트, 디지털옵틱, SBI인베스트먼트, 우리기술투자 등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SCI평가정보의 경우 애초에 주가가 뛰었던 이유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거래소를 100% 출자 방식으로 개설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정부가 ‘규제’ 조짐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꺾여버렸다.

증권회사들 역시 정부의 기조변경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애초 비트코인에 대한 선물시장 개설이 유력해 보이던 흐름을 타 각 증권회사들은 비트코인 선물시장 관련 세미나를 계획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정부가 선물시장은커녕 현물거래에 대해서까지 규제의 벽을 높이려는 조짐을 보이자 세미나는 줄줄이 취소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국내 정부의 선택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국내 투자업계에 종사하는 A씨는 “한국 정부가 스스로 비트코인 거래의 ‘리스크’가 되길 자초하고 있다”면서 “금융 선진국 사례를 보면 우리처럼 빗장을 걸어 잠그려는 나라가 없다”고 개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국내의 비트코인 과열 양상을 도저히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고등학생마저 비트코인 거래에 나설 정도로 과열이 진행된 상황”이라면서 “국내 과열양상은 로또복권 도입 초기를 연상케 할 정도이며 다른 나라들보다 심한 모습이라 도저히 당국이 좌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규제 철폐하라" "더 규제하라" 상반된 국민청원 올라와

심지어 최근에는 ‘정부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비트코인 관련 규제를 철폐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이 글에서 청원인은 “공산국가 중국이 아닌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청부의 갈라파고스적인 규제가 세계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규제일변도의 정책에 반대한다”며 청원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청원인은 다음 날인 9일 ‘가상화폐에 대한 강력한 제제가 필요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맞불을 놨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비트코인 관련 거래를 조금씩 합법화하며 제도권 내부로 포섭하는 분위기다. 현지시간으로 11일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를 시작으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도쿄금융거래소 등 주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도입될 예정이다. 2009년 처음으로 등장한 비트코인이 출시 8년 만에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는 셈이다.

정식 선물거래의 대상이 되면서 생긴 또 하나의 특징은 ‘투자자 보호’다. 가격 제한제도가 적용돼 최대 20%의 가격제한폭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선물 시세가 7~13%에 이를 경우 거래소는 2분간 모니터링한 후 2분간 거래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등은 암호화폐 거래나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나라에 비트코인 거래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암시장화(化)될 우려도 나온다. 

한국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보다는 중국‧러시아 모델을 따르고 있어 향후 비트코인 관련 시장구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